고승덕(高承德)씨가 서울 송파갑 국회의원 재선거 후보를 사퇴한 뒤에도 한나라당을 향한 국민회의의 ‘보쌈론’ 공세는 그치지 않는다.
국민회의 정동영(鄭東泳)대변인은 30일 논평을 통해 “만약 우리가 이회창(李會昌)총재의 사위를 데려다 공천한다면 가만히 있겠느냐”며 “이총재가 여당 총재의 사위를 ‘보쌈 공천’한 것은 뭐라 변명해도 잘못된 일”이라고 비난했다.
그러나 저간의 사정을 살펴보면 여당이라고 해서 ‘보쌈론’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떨치기 힘들다. 고씨가 자의(自意)로 한나라당을 택한 것은 분명하기 때문이다. 고씨의 부인도 당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사위가 다른 당을 선택했다고 해서 ‘장인에게 등을 돌렸다’고 하는 것은 일방적인 매도 아니냐”고 말하기도 했다.
이는 고씨의 행위가 이른바 ‘젊은 피’다운 것이냐 하는 문제와는 별개다. 문제는 박태준총재가 ‘사돈 간 회동’까지 해가며 사위의 야당행을 막은 일이다.
박총재는 “장인이 여당 총재인데 정치를 하려면 나하고 해야지…”라고 말했다. 이 또한 공천 확정 이전이라면 몰라도 이미 야당의 후보가 된 ‘공인(公人)’에게, 역시 ‘공인’으로서 할 말인지 의문이다. 설령 ‘가족 간 인륜’이 ‘정치’보다 앞서는 일이라면 고씨의 한나라당 행(行) 이전에 가족들끼리 모여 상황을 정리했어야 옳지 않았을까.
명색이 ‘새 천년’을 앞둔 정치개혁을 부르짖는 마당에 벌어지는 이런 정치적 공방은 아무리 보아도 전근대적인 ‘소극(笑劇)’같다.
김창혁c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