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金)이 제 대접을 못받고 있다.
한 때 세상에서 가장 안전한 자산으로 꼽히던 금은 최근 가치가 떨어지면서 국제통화기금(IMF)한테도 버림받을 처지에 놓였다.
미셸 캉드쉬 IMF총재는 최근 미국 워싱턴에서 열린 IMF회의에서 “IMF가 극빈국의 부채탕감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보유자산의 일부를 매각할 가능성이 매우 높다”고 밝혔다.
캉드쉬총재는 이어 “IMF는 보유자산 중 금 5천온스(1온스〓28.3g)가량을 매각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달러화 엔화 마르크화 등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IMF가 왜 금을 팔려는 것일까.
금의 가치가 앞으로도 계속 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전문가들은 “캉드쉬 총재의 발언은 IMF가 금의 가치보유기능을 공식 부인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인류가 금을 기준으로 화폐간 가치를 비교하고 모든 재산을 금덩어리로 바꿔 지니려 하던 때도 있었다. 그러나 80년대 이후 금의 가치가 계속 떨어지자 금은 이제 국제금융시장에서 다른 상품과 마찬가지로 ‘가격변동의 위험’을 가진 하나의 상품으로 여겨지게 됐다.
현재 금 1온스의 가격은 2백80달러(약 34만원)를 약간 웃돈다. 96년초의 4백달러에 비해서 1백달러 이상 떨어진 셈.
이에 따라 금은 최근 각국 정부로부터 외면받고 있다. 갖고 있어봐야 실익이 없다고 보기 때문이다. 아르헨티나는 97년부터 금을 팔아 미 달러를 사들였고 벨기에 호주 등도 지난 10년간 보유금을 대량 매각해왔다.
〈김태윤기자〉terrenc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