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고경영자(CEO)의 됨됨이에 따라 기업의 주가가 등락을 거듭하는 곳이 미국이다.
월스트리트의 ‘큰 손’들이 기피하는 인물이 CEO로 취임하면 그 회사 주가는 폭락한다. 반대로 인정받는 CEO가 취임한다는 소식이 전해지면 바로 그 회사 주가가 급등한다.
일본의 경제전문 주간지 닛케이비즈니스는 “이같은 현상은 투자가들이 기업의 운명은 CEO에게 달려 있다고 믿기 때문”이라고 풀이했다.
미국 최대의 통신회사인 AT&T의 마이클 암스트롱 회장이 92년 방위산업체인 휴즈사의 CEO로 취임할 무렵 휴즈사는 존폐의 기로에 있었다. 그러나 그가 97년10월 AT&T로 자리를 옮길 무렵 휴즈의 주가는 취임 당시에 비해 세배 이상 올랐다.
암스트롱이 AT&T로 옮긴다는 소식이 월가에 전해지면서 AT&T 주가는 98년 초까지 석달간 거의 하루도 빠지지 않고 올랐다. 4월초 현재 AT&T 주가는 그가 취임할 때보다 70% 가량 올랐다.
미국의 대형 정보처리업체인 EDS는 주가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관투자가들이 불신하는 CEO를 교체하기도 했다.
EDS 이사회는 98년 7월 12년간 CEO를 맡고 있던 레스 알바사르를 전격 해임하고 기관투자가들에게 인기 있는 리처드 브라운을 영입해 주가를 안정시키는 데 성공했다.
기관투자가들은 기업의 후계구도에 민감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못마땅한 CEO가 취임하는 것을 미리 막는 것은 물론 세대교체가 임박한 기업이 후계구도를 확정하지 못할 경우 압력을 가하기도 한다.
월트 디즈니의 마이클 아이즈너 회장이 바로 그런 압력을 받고 있다.
〈이희성기자〉leeh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