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30대는 벌써 노후를 생각한다. 고령화가 진전되면 연금만으로 생활하기 힘들어질 것으로 예상하기 때문이다.
일본 시사주간지 아에라 5월3일자는 30대의 노후대비 재테크 유형을 16세기를 풍미한 세 무장(武將)의 처세스타일에 비유한 특집기사를 실었다.
‘금융 전국시대’에 어떤 길을 가느냐에 따라 장래가 달렸다는 것이다. 다음은 기사의 주요 내용.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형〓오다는 병력이 열세인 상황에서 정면돌파전략으로 승리를 거둬 일본통일 직전까지 갔다가 부하의 배반으로 최후를 맞은 풍운아. 오다 타입은 안전성보다는 수익성을 중시해 주식이나 단기공사채 등 고위험 고수익 금융상품 투자에 적극적이다.
이 타입의 A씨. 그는 여유돈이 생기면 초단기 공사채형 상품(MMF)에 투자한다. MMF는 원금보장은 없으나 현재까지 원금을 까먹은 사례가 없다. 작년 6월에는 유럽의 통화통합을 호재로 판단, 유럽주식을 주로 운용하는 투자신탁을 시작했다. 투자 직후 러시아 위기로 유럽 주가가 떨어졌지만 더 사들여 평균매입가격을 낮추는 ‘물타기’전략을 썼다.
최근에는 주식투자에도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부침(浮沈)이 있겠지만 결국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종목 선정은 직접 한다. 은행저축은 거의 없고 보험에도 흥미가 없다. 부동산신화는 이미 끝났다고 여겨 집 장만에도 관심이 없다.
▽도요토미 히데요시(豊臣秀吉)형〓오다의 충실한 부하로 있다가 오다를 숨지게 한 반란세력을 진압하면서 최고권력자로 변신했고 나중에는 조선침략을 자행한 이가 도요토미다. 그는 돌다리도 두드려보고 건너지만 기회가 오면 모험을 감행했다.
도요토미 타입의 B씨. 그는 60세때 3천만엔은 손에 쥐고 있어야 한다고 결심했다. 생활비와 집세 등을 감안했다.
목표액 중 2천만엔은 보험과 우리사주 재형저축으로, 1천만엔은 투신상품 투자로 마련하기 위해 매월 돈을 붓고 있다.
노후대비가 어느정도 됐다고 판단하자 주식투자에 나섰다. 작년말 받은 상여금은 장외등록주식과 미국계 MMF에 투자했다.
▽도쿠가와 이에야스(德川家康)형〓초인적 인내로 만년에 일본을 통일하고 장군의 시대를 열였던 인물이 도쿠가와. ‘새가 울지 않으면 울 때까지 기다린다’는 유형.
이 타입의 C씨는 차분히 기다리는 생명보험과 부동산투자를 중심으로 재테크를 한다. 두 개의 생명보험에 가입했다. 하나는 1천5백만엔의 종신보험으로 사후에는 아내에게 돌아간다. 다른 하나는 종신개인연금으로 55세 이후 부부에게 각각 매월 12만엔이 지급된다.
토지도 적절히 활용한다. 40세가 될 때까지는 2층 단독주택을 구입할 계획이다. 노후에 집을 담보로 생활자금을 빌려 사후에 정산하는 제도를 이용하기 위해 단독주택을 택했다. 위험부담을 꺼려 주식투자에는 손도 대지 않는다.
▽조정귀족형〓권력투쟁에서 한 발 벗어나 향락에만 관심을 기울였던 교토(京都)의 조정귀족과 비슷한 유형이다. 자산운용에 아예 관심이 없다. 권력의 향배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고 여긴 귀족들처럼 이 타입의 사람들은 노후를 일찍부터 걱정해봤자 도움이 안된다고 생각하고 오늘을 즐긴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