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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타임스/Art] 『美문화, 유럽 음악에 영향』

입력 | 1999-05-02 20:09:00


지금까지 미국의 클래식 음악이 거의 전적으로 유럽의 영향을 받았다는 것이 대부분 사람들의 생각이었다. 그러나 라이더 대학의 영문과 교수이자 미국학과 학과장인 잭 설리번의 최근 저서 ‘신세계 교향곡:미국 문화가 유럽 음악을 어떻게 변화시켰는가’는 정반대의 논리를 펴고 있다.

우선 유명한 작곡가들의 예를 들어보면 스트라빈스키는 재즈의 영향을 받았고 안톤 드보르자크는 흑인 영가와 인디언 노래의 영향을 받았다. 이들이 미국에 대해서 느낀 매력은 미국에서는 거의 모든 일이 가능하다는 점에 있었다. 체코 출신인 드보르자크는 뉴욕에서 롱펠로의 시를 읽으면서 ‘신세계’교향곡을 썼는데 이 곡에서 미국인들의 순진하기까지 한 열성을 찬양하고 있다. 미국과 비교해보면 유럽은 바보처럼 전통에만 얽매여 있다고 그는 생각했다.

그러나 유럽 작곡가들의 관심을 끈 것은 이처럼 미국의 밝은 면뿐만이 아니었다. 푸치니의 오페라 ‘나비 부인’과 ‘황금 서부의 여인들’에 등장하는 미국인들은 아메리칸 드림의 비극적인 일면을 보여준다.

미국의 어두운 면의 영향을 받은 작곡가들 중 가장 매혹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사람들은 드뷔시 라벨 등 프랑스의 인상주의 작곡가들이었다. 에드거 앨런 포의 영향을 받은 이들은 포의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들처럼 낡은 전통에 흠뻑 젖어있으면서도 구세계로부터는 단절돼있는 것같은 음악을 만들었다. 유럽을 동경하면서 자신들의 뿌리인 유럽과 단절되어 소외감과 공포를 느끼는 미국인들과 같았다.

영국의 작곡가인 프레드릭 델리어스(1962∼1934)도 미국의 어두운 면으로부터 영향을 받은 사람이었다. 그는 1884년에 플로리다에 살면서 보고 들은 노예제도의 실상 때문에 계속 괴로워했다. 한 번도 상연되지 않은 그의 오페라 ‘코앙가’는 자신이 노예로 있는 미국 남부의 농장에 저주를 내려 전염병을 퍼지게 하는 아프리카의 부두교 마법사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독일의 작곡가인 알렉산더 젬린스키(1871∼1942)와 빌헬름 그로츠(1894∼1939)도 1920년대에 독일에서 출판된 미국 흑인시선집의 영향을 받았다. 흑인 노예들이 성경의 유태인 이야기에서 동병상련을 느끼고 있을 때, 유태인인 이들 작곡가들은 노예들의 시에서 비슷한 감정을 느끼고 있었던 것이다.

잭 설리번은 이처럼 풍부한 예들을 통해 미국의 정신이 20세기 유럽 모더니즘에 깊은 영향을 미쳤다는 것을 설명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유럽인들이 미국에 대해 갖고 있던 이런 생각들이 얼마나 널리 퍼져있었으며, 유럽의 과거에 대한 유럽인 자신들의 증오와 어떻게 연결돼있는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국보다는 유럽에서 인습 타파의 상징이라며 찬양받았던 미국의 실험적인 아방가르드 음악을 조금만 살펴보았더라면 그 문제를 확실히 설명할 수 있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