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천년을 통틀어 최고로 꼽히는 섹스 스캔들의 주인공은 누구일까. 분명히 빌 클린턴은 아니다. 대통령직을 위태롭게 한 섹스스캔들 정도는 겨우 2류밖에 되지 않는다. 1천년 최고의 섹스스캔들은 신과 인간의 법을 바꿨고, 마키아벨리 만큼 뛰어난 신하를 파멸시켰고, 근친상간이라는 비난을 몰고왔으며, 정치적 음모를 불러일으켰다. 그 주인공은 물론 영국의 헨리8세와 앤 볼린이다.
1522년에 헨리가 앤을 처음 보았을 때 그녀는 코가 길고 피부가 거무스름한 여자였다. 그녀의 손은 기형이었고 가슴은 그리 많이 솟아 있지 않았다. 앤의 아름다움은 놀라울 정도로 검은 눈동자와 길고 탐스러운 머리카락에 있었다. 그녀는 또한 재치와 활기에 넘쳤고 아주 영리했다.
헨리는 앤에게 너무 집착한 나머지 신하들로부터 “마녀에게 홀린 것 같다”는 수군거림을 들었다. 그는 그녀에게 쓴 정열적인 연애편지에 ‘당신의 충성스러운 하인으로부터’라고 썼다. 영국의 왕이 이런 말을 쓰다니.
마음이 조급해진 헨리는 울시 추기경의 천재적인 머리와 토머스 크랜머 대주교의 실용주의적인 방법, 토머스 모어경의 지혜를 동원하여 자신과 아라곤왕국 캐서린의 결혼을 무효화해주도록 교황을 설득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결국 헨리는 앤과 결혼하기 위해 이혼을 금지하는 가톨릭 교회를 버리고 영국성공회를 창설, 스스로 수장이 되었다.
이토록 강렬한 정열도 과연 사그라질 수 있을까. 슬프게도 헨리의 정열은 식어버렸다. 헨리와 앤은 남들이 보는 앞에서도 심하게 싸움을 하곤 했다. 도발적인 지성과 재치, 활기는 정부로서는 짜릿한 매력이 되지만 왕비로서는 그리 어울리지 않는 법이다. 게다가 헨리는 오만하고 까다로운 성격의 소유자였다. 헨리8세는 왕의 눈길을 기다리고 있는 다른 여자에게로 눈을 돌렸다(왕의 눈길을 기다리는 여자는 언제나 있게 마련이다). 앤이 엘리자베스를 낳은 이후 캐서린의 장례식 날 아들을 유산하자 그녀의 운명은 정해졌다.
야망에 불타던 토머스 크롬웰이 주재한 재판에서 그녀는 유죄판결을 받았다. 그녀는 런던탑에 갇혀 있다가 위엄있는 태도로 형장으로 향했다.
▽필자:조세핀 하트〓‘피해’ ‘죄’ ‘망각’ ‘가장 고요한 날’의 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