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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남자가 사는 법] 주한 남아共 참사관 케카나씨

입력 | 1999-05-02 20:09:00


오전 6시 기상. 두 아들을 쏘나타승용차에 태우고 서울 외국인학교의 스쿨버스가 오는 동네 어귀까지 바래다 준다. 오전 7시부터 집안에 있는 웨이트 트레이닝장에서 운동. 7시반부터 영국 BBC방송 뉴스를 듣고 국내 영자신문 2개를 읽은 뒤 토스트와 홍차로 아침식사. 오전 8시반 출근. 낮에는 보통 아내가 싸준 도시락을 먹는다.

주한 남아프리카공화국 대사관 아이작 케카나(44) 참사관. 97년 부임해 정치 사회 문화 등 각 분야에 대한 자국의 방침과 관련사업을 한국에 홍보하고 때론 ‘협상’하는 실무자.

▼스위트 홈▼

독일 베를린 훔볼트대학에서 역사학을 전공할 당시 만난 우간다 출신 아내(릴리안 로스마리 케카나·44)와 킷쵸(13), 사무엘(8) 두 아들은 그의 ‘전부’. 틈날 때마다 아내와 함께 서울 서초구 방배동 방 9개짜리 2층집의 꽃이 만발한 정원을 손질한다. “아프리카 대륙의 푸른 색을 사랑합니다.” 취미는 집안장식. 인테리어와 요리에 관한 잡지를 정기구독한다. 잘하는 요리는 옥수수가루와 시금치를 고기와 함께 데치는 ‘팝 앤 미트(Pap & Meat·남아공 전통음식)’이며 가족과 함께 패밀리레스토랑 ‘칠리스’체인점과 서울 압구정동의 레스토랑 ‘뮤제오’를 즐겨 찾는다.

주말이면 자칭 ‘택시드라이버’로 변신. 쇼핑을 좋아하는 아내를 태우고 경기 일산신도시 할인매장으로 간다. 아니면 놀러 오가는 아이들과 아이들의 친구들을 부지런히 실어나르기도 한다. 종종 한강변 시민공원을 가족과 함께 산책. 이웃에 사는 이탈리아 프랑스 인도 헝가리인 친구들을 초청, 바베큐파티를 하며 세상 돌아가는 얘기를 나누기도 한다.

▼알파 블론디의 팬▼

레게와 가스펠 음악 마니아. CD는 인터넷을 통해 주문 구입한다. 아이보리코스트 출신의 레게 가수 알파 블론디의 열렬한 팬. 잘쓰는 향수는 장 폴 고띠에와 지방시. 가슴둘레가 남달리 커 정장이나 셔츠는 서울 이태원동의 양복점(벤자민 테일러)에서 맞춰입는다. 정장은 한벌 30만원대. 머리는 매달 한번 아내가 깎아준다. 꽃가루 알레르기가 있는 등 예민한 체질이라 술은 화이트 와인 외에는 사절한다.

▼협상의 기술▼

절대 ‘노(No)’라고 말하지 않는 게 협상의 전략. “대신 이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수정제안한다. 내 한계가 드러나면 상대는 협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 상대방에게 끊임없이 선택의 기회를 줌으로써 상대방이 ‘예스’하게 한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참을성이 많습니다.마음도 열려있고요.”행복이란 여러 나라를 옮겨다니다 보니 아이들 교육이 고민거리. 어딜 가든 최상급 교육을 받도록 하기 위해 항상 ‘교육비’를 별도로 비축해 두고 있다. “학교에서 숙제를 너무 많이 내줍니다. 여기에 매달려 아이라는 사실도 잊어 버리는 것같아 안타깝습니다.”자녀에게 다양한 컴퓨터 프로그램을 사준다. 시행착오를 거치며 ‘멋대로’ 이용하는 동안 스스로 결정하는 힘과 상상력을 기를 수 있다고 믿는다. 아이들은 요즘 가상의 집을 인테리어하는 프로그램에 빠져있다.

본국에 있는 어머니(80)가 여생을 편히 보낼 집 한 채를 지어드리는 게 올해의 목표. 매주 목요일 연세대 국제대학원 강의에도 빠지지 않고 참석해 ‘한국의 경제와 문화를 속속들이 파악했다’고 자평할 때까지 공부할 참. 그는 수입에 대해 “국가시책과 관련된 일이라 밝힐 수 없다”면서도 “행복하게 살만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승재기자〉sj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