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여자농구선수권대회 출전을 위해 지난달 30일 일본현지로 출발한 여자농구 대표팀.
대표팀의 짐 속에는 특이하게도 A4복사용지가 서너다발 들어있었다.
아니, 선수들에게 웬 복사용지? 알고보니 이는 대표팀 선수들의 숙제제출용 용지였다.
여자농구 지도경력만 20년째인 유수종감독은 3월 대표팀 소집이후 매일 선수들에게 ‘엉뚱한’숙제를 내줬다.
‘패스가 드리블보다 좋은 이유’ ‘지역방어와 맨투맨의 장단점’ 등 농구의 기본항목 10여개가 숙제의 주내용.
실업 10년차인 정은순 유영주(이상 삼성생명) 등 고참도 예외없이 ‘농구기본’숙제를 많게는 하루에 15번 이상 써내야 했다.
이번 대표팀은 실업 5년차 이상으로 이뤄진 역대 ‘최고령’대표팀인 만큼 노련미가 최대 장점.
체력적 약점을 최소화하고 노련미를 살리기 위해선 선수들이 자기가 하는 플레이가 왜 중요한지 알고서 해야 한다는 것이 유감독의 지론.
처음엔 선수들은 “별걸 다 시킨다”고 투덜댔다. 하지만 유감독의 고집을 꺾을 수는 없었다. 결국 떨떠름한 심정으로 시작한 선수들도 지금은 다들 재미를 붙여 열심이다. 연습게임을 하면서도 ‘기본원칙’을 흥얼거릴 정도.
‘알고 하는 농구’가 시드니올림픽 티켓을 손에 넣을 수 있을지 기대된다.
〈전 창기자〉je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