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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증시대책 「본심」헷갈린다…투자자『혼선가중』

입력 | 1999-05-03 19:49:00


최근의 증시상황을 놓고 ‘과열’공방이 치열한 가운데 주무부처인 재정경제부와 금융감독위원회 등 증권당국간에도 입장과 정책방향이 엇갈려 시장에 대한 정부의 ‘본심’이 무엇인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지난달 28일부터 재경부와 금감위는 ‘정부보유 은행지분의 매각설’ ‘재벌계열 대형펀드에 대한 규제방침’ ‘저금리체제의 정착’ 등 냉온탕을 오가는 정책들을 쏟아내면서 증시가 상승세에서 하락세로 반전하는 등 큰 영향을 받았다.

그런가하면 한편에선 이규성(李揆成)재경부장관이 나서 “주식투자는 자기책임하에서 하는 것”이라며 투자손실 가능성을 경고한 직후 재경부 실무간부는 “주가가 내릴 이유가 전혀 없다”며 투자이익 기대를 부풀리는 발언을 공개적으로 했다.

이에 따라 투자자들은 증시에 대한 정부의 노골적인 개입으로 시장상황이 왜곡되는 등 극도의 혼선을 부추긴다는 비판을 내놓고 있다.

정부보유 은행지분의 조기매각방침을 이틀만에 매각연기로 바꾼 것은 증시혼선을 부추긴 대표적 사례라는 것.

그러나 재경부 관계자는 “현재의 주식시장은 정부가 금리를 올리지 않는 한 대세를 좌우하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정부는 금리인상계획을 갖고 있지 않다”고 해명했다.

재경부는 정부가 그동안 내놓은 정책과 입장은 ‘주가조절’과는 무관한 것으로 선의의 투자자를 보호하려는 정책목표에 따른 것이라며 확대해석을 경계하고 있다.

우선 재경부는 지금의 증시가 결코 과열이 아니며 금리상승 등 거시정책이 필요한 시점도 아니라고 공식적으로 밝히고 있다. 경제활성화를 위해선 저금리체제의 정착이 필요하다는 것이 정책의 기본 방향이라는 이야기다.

그러면서도 지금처럼 시중자금이 증시로 몰리면서 주가가 단기간에 계속적으로 급등하면 과열양상으로 치달을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따라서 투자자보호차원에서 부화뇌동매매와 과대광고를 규제할 필요가 있으며 간접투자상품의 급신장세도 위험요소가 있다고 진단한다.

그러나 정부당국자의 말 한마디에 시장이 민감하게 반응하는 상황에서 재경부의 의중대로 증시가 움직여 줄지는 미지수다. 가벼운 말한마디가 재경부의 기대치를 훨씬 넘어서는 결과를 가져올 수 있기 때문이다.

〈임규진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