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일은행 매각을 위한 정부와 뉴브리지캐피털간 협상이 당초 시한을 넘김으로써 제일은행의 향방이 모호해졌다.
협상을 주도한 금융감독위원회가 협상시한을 연장한 것을 놓고도 뒷말이 많다.
기필코 매각을 매듭짓겠다는 의지의 표현으로 볼 수 있지만 금융계 일각, 특히 정부 내부에서조차도 협상결렬에 대비한 ‘모양 갖추기’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다.
▽무엇이 쟁점인가〓제일은행의 자산(여신)즉 부실규모에 대한 양측의 시각차가 컸다. 대출기업의 미래 상환능력이 관건이 됐다. 정부는 현재 살아남은 기업은 더 이상 부도를 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부실여신 규모를 최소화해야 한다는 입장. 반면 뉴브리지는 정상 또는 요주의로 분류되는 여신중 상당부분은 고정이하 부실여신으로 간주해야 한다고 맞섰다. 이 부분에 대한 양측의 격차는 당초 3조원에서 1조5천억원대로 좁혀진 상태.
아직까지 제대로 논의하지도 못한 제일은행의 보증금 미수금 등 기타자산과 가수금 미지급금 등 기타부채도 평가기준에 따라 수천억원의 차이가 날 수 있다.
▽협상 타결은 미지수〓뉴브리지측은 정부로부터 상당부분 양보를 얻어냈기 때문에 정부측 최종안대로 제일은행을 인수해도 크게 손해볼 게 없다며 매우 유연한 입장.
금감위 김범석(金範錫)은행팀장은 “협상시한이 다가오면서 뉴브리지가 조급해하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었다”며 부랴부랴 배타적 협상시한 연장을 요청해온 것도 이같은 맥락이라고 설명했다.
금감위 고위관계자는 뉴브리지와의 극적 협상타결 가능성에 대해 “50%는 훨씬 넘는다”면서도 “아직까지 막바지 협상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코멘트.
▽협상지연에 골병드는 제일은행〓제일은행은 현재 기존대출의 연장만 가능하고 신규대출은 해주지 못하고 있는 형편. 예금도 3월말 현재 19조9천억원으로 작년 말(20조3천억원)에 비해 4천억원 가량 줄어들었다.
재정경제부 관계자는 “금융구조조정의 성과올리기에 급급해 서둘러 양해각서를 교환한 것은 경솔했다”며 “확실한 자산만 가져간다는 뉴브리지의 주장대로라면 제일은행을 폐쇄하고 새로 은행을 설립하는 것이 훨씬 나은 실정”이라고 비판하기도.
〈임규진·정경준·신치영기자〉mhjh22@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