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적인 아름다움에서 출발, 추상적이고 현대적인 미감으로 독특한 성취를 이룬 수화 김환기(樹話 金煥基·1913∼1974). 많은 이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던 그는 갔지만 작품속에서 그는 갈수록 더 많은 사람들을 만나고 있다.작품 속에 깃들인 자신의 미의식과 더불어 사람들과 마주하고 있는 것이다.
그의 25주기 추모전이 환기미술관(4일∼7월4일·02―391―7701) 현대화랑(4일∼30일·02―734―6111∼3) 원화랑(5일∼30일·02―514―3439)에서 동시에 열린다.
이번 전시회는 초기부터 말년의 작품까지 한군데 모아 그의 작품세계를 한눈에 보여줄 수 있게 꾸며졌다.
환기미술관장을 맡고 있는 미술평론가 오광수씨는 김환기의 작품세계를 1963년을 기점으로 크게 뉴욕 이전과 이후로 나눈다. 김환기는 브라질 상파울로 비엔날레에 한국대표로 참가한 뒤 63년 이후 뉴욕에 머물렀던 것.
뉴욕 이전의 시기에는 백자 매화 학 산 달 등 한국적 소재를 즐겨 그렸다. 간결한 선으로 고도로 절제된 형상을 표현했다. 간결하게 압축된 형식에 대해 오씨는 “문학에 비유한다면 시적(詩的) 형식미를 띤다”고 말한다.뉴욕시절 그는 점으로 찍은 그림들을 남겼다. 미술전문지 아트뉴스와 뉴욕타임스는 71년 이 작품들이 전시된 그의 개인전을 보고 “정신을 가라 앉혀주는 서정성이 장점” “소박한 텍스처의 직물을 느끼게 하는 그림들”이라고 평했다.
그는 뉴욕에서 숨지기 전까지 엷은 물감으로 점을 찍고 사각형으로 둘러싸는 추상화 작업에 몰두해왔다. 두고온 고향과 친구들을 생각하면서 화면 위에 수 만 개의 점을 찍어 나갔다. 70년 밤하늘의 별처럼 수없이 점을 찍은 작품 뒷면에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라는 친필제목을 크게 썼다. 김광섭의 시의 한 구절에서 작품제목을 따온 것.
사람들은 별자리처럼 수놓아진 이 작품에서 만남과 헤어짐의 인연을 떠올리곤 했다. “이렇게 많은 별 중에서 별 하나가 나를 내려다 본다…. 이렇게 정다운 너하나 나하나는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환기미술관에서는 김환기의 작품 중 백자를 소재로 그린 작품들이 주로 전시된다. 그는 평소 “항아리에서 미에 개안(開眼)했다”고 할만큼 백자항아리를 아꼈다. 현대화랑에서는 ‘하늘과 땅’ 등 미공개작품들을 포함해 초기부터 뉴욕시대까지의 작품을 총괄적으로 보여준다. 원화랑에서는 주로 뉴욕시대의 작품들을 보여준다.
〈이원홍기자〉bluesk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