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개혁위원회가 자치경찰제 도입방안을 내놓으면서 경찰의 수사권 독립 문제가 또 불거졌다. 경찰은 사실상 수사를 전담하면서도 검사의 지휘를 받는 것은 행정력 낭비이며 지방분권화라는 자치경찰제의 목적에 배치된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검찰은 경찰의 자질과 인권침해 소지를 거론하며 반대의 뜻을 분명히 하고 있다.》
★반대★
자치경찰제 도입 방안을 발표하면서 경찰수사권 독립 문제가 다시 대두됐다. 결론부터 말하면 ‘개선’이 아니라 ‘개악(改惡)’이 될 우려 때문에 반대한다.
경찰의 수사권은 법률상 이미 부여돼 있는 권한이다. 어떤 식으로도 검찰의 수사지휘를 받지않는 방향으로 제도를 바꾸자는 요구는 설득력이 없다.
경찰은 지금도 자체 간부의 감독 하에 전체 사건의 90% 이상을 수사하고 있다. 소수의 검사들에 의해 구속 결정 등에 관한 재지휘를 받는 것이 비효율적이고 형식적이어서 국민 불편을 초래한다는 견해도 있다.
그러나 검사가 모든 사건을 일일이 지휘하지 않는다. 사건의 중요성, 난이도, 형사정책 등을 고려해 탄력적으로 운용하고 있다. 검찰의 수사지휘라는 ‘안전장치’가 인권침해를 예방하고 형평성 있게 사건을 처리하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
경찰은 미국 영국 프랑스 일본 등 선진국의 예를 들어 경찰에 독자적 수사권을 줘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들 국가에서도 검찰의 수사지휘는 당연하며 오히려 이를 강화하는 추세이고 심지어 검찰에 경찰 인사권까지 부여한 나라도 있다.
경찰간부와 검사의 수사지휘가 중복돼 지휘 명령체제가 이원화되고 비효율적이어서 자치경찰제에 배치된다는 주장도 있다.
국민의 인권을 이 정도의 비효율성과 맞바꿀 수 있을까. 자치경찰제에선 정당에 소속된 자치단체장이 경찰에 대한 인사권과 예산권을 갖는 등 영향력이 막강하다. 또 갈수록 지능화하고 광역화하는 범죄 양상을 볼 때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더 절실하다.
결국 ‘수사권 독립’ 논의의 핵심은 검찰과 경찰의 권한 싸움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최선의 제도가 무엇이냐 하는 것이다.
현재의 경찰조직은 경비 작전 방범 정보 통신 등 수사와 무관한 부서가 많고 고위 간부들은 순환보직제 때문에 계속해서 수사를 전담하기 어렵다.
수사경찰보다 행정경찰이 비대한 것도 문제다. 법률 전문가가 아닌 하위직 경찰관들에 의해 수사가 이뤄지는 형편에서 검찰의 수사지휘권은 논란의 대상이 될 수 없다.
양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