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 확률이 거의 없는 중증 백혈병에다 암세포가 다른 부위에까지 번졌으며 맹장염까지 겹친 미혼의 여성이 얼굴도 모르는 젊은이의 골수를 이식받아 기적적으로 새 삶을 찾았다.
인천 인하대병원 암센터 김철수교수팀은 지난해 10월 중증 백혈병 환자 박모씨(22·여)에게 익명으로 기증받은 골수를 이식한 뒤 7개월만에 암세포가 사라져 박씨를 퇴원시켰다고 최근 밝혔다.
박씨의 병명은 ‘급성 림프성 백혈병’. 다른 백혈병과 달리 빈혈 반점 고열 등의 뚜렷한 증세가 나타나고 성인에게 발병하면 치료가 힘들다. 박씨는 암세포가 뇌를 감싸고 있는 ‘뇌막’에까지 번져 있었고 이 백혈병에는 거의 없는 변이된 염색체인 ‘필라델피아 염색체’가 발견된 상태였다. 또 맹장염까지 겹친 상태여서 골수이식을 받아도 성공확률은 거의 없었다. 골수를 이식받지 않으면 1∼2개월을 넘기기 힘든 상태.
김교수팀은 박씨의 골수와 뇌막에 번진 암세포를 항암제로 죽이고 맹장염 수술을 한 다음 서울 S병원에서 앰뷸런스로 옮겨온 골수를 이식했다.
박씨는 수술 뒤 면역기능에 이상이 생겨 발진 설사 황달 등의 증세가 나타났고 급성폐렴이 생겨 수술팀을 안타깝게 했다. 그러나 서서히 좋아졌고 최근 6차례 골수를 뽑아 실시한 유전자 검사에서 암세포가 하나도 발견되지 않았다.
이교수는 “의학계에선 2년 동안 재발하지 않아야 완치됐다고 본다”고 전제하고 “자신의 골수를 뽑아내 항암치료한 뒤 이식하는 방법보다 박씨처럼 다른 사람의 골수를 이식한 경우 재발률이 아주 낮다”면서 완치를 조심스럽게 점쳤다.
〈이성주기자〉stein3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