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곰푸(곰돌이 푸우)처럼 귀엽다.”
“춤이 멋지다.”
가수 유승준(23)의 팬클럽 ‘웨스트 사이드’ 회원들이 꼽는 그의 인기 이유다. 4월초 내놓은 3집 ‘열정’이 이미 70만장 넘게 팔렸다. KBS2 TV가요순위프로 ‘뮤직뱅크’의 ARS 집계 순위는 4주째 1위다. 올 최고 판매 음반이 됐다. 10대들의 몰표 덕분이다. 97년 ‘가위’로 데뷔한 그는 2년여만에 10대의 우상으로 자리잡은 것이다.
―왜 10대가 좋아할까.
“그들의 ‘코드’에 맞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한다. 나는 대중적인 엔터테이너이고 싶다.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고 팬들이 그것을 즐기기 때문이다.”
10대는 노래를 ‘따지며’ 듣지 않는다. 컴퓨터 게임하듯 즐긴다. 멋지고 맘에 들면 그뿐. 특히 10대 소녀들은 그의 ‘힘’에 까무라친단다. 유약한 남자들에 식상한 10대는 유승준의 강렬한 눈빛과 폭발적인 춤에 소리를 지른다는 것.
―10대에게 뭘 들려주고 싶나.
“나의 메시지는 사랑이다. 사랑은 많은 것을 담고 있다. 팬이 수십만명에 이른 걸로 생각한다. 그들의 사랑을 감안하면 시대를 읽어야 한다. 나는 그 점이 부족하다. 서태지는 그런 점에서 뛰어났다.”
그의 노래는 꽤 가볍다. 인기만을 노린다는 비난을 들을 정도다. 가벼움은 90년대 중반이후 10대 노래문화를 주도해온 ‘H.O.T’ 등 ‘TV 스타’의 특징. 엔터테이너를 표방하는 유승준은 TV 효과에 대한 감각이 탁월하다. “얄미울 정도로 카메라를 이용할 줄 안다”는 게 방송가의 평.
―음악 장르가 힙합도 아니고 댄스도 아니고….
“힙합의 리듬감과 한국적 선율감을 조화시킨 댄스 정도로 봐 달라. 힙합은 미국 흑인들의 ‘각설이 타령’이다. 한국 정서에 맞지 않는다. 미국에서 힙합을 봤지만 내가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데뷔때부터 그것을 고민했다. 팬들에게 ‘느낌’을 주려면 내게 맞는 음악을 해야 한다.”
―미국에서 청소년기를 보냈다는데.
“중학교때 이민을 갔는데 인종차별의 설움을 많이 느꼈다. 활발한 성격이 미국서 주눅든 탓에 내성적으로 변했다. 학교도 자주 옮겼고. 그때 나를 추스려준 게 종교였다. 요즘 사랑을 강조하며 ‘노래 선교자’를 자처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그의 팔에는 ‘코리언 프라이드’라는 문신이 영어로 새겨져 있다.
―삭발하고 권투하는 장면을 담은 뮤직비디오는 노래보다 흥행을 위한 보여주기 아닌가.
“조금은. 그러나 반드시 그렇지 않다. 나의 자연스런 모습이다. 미국에서는 늘 삭발하고 지냈다.운동할 때 그게 편하다.”
곱상한 얼굴과는 딴판으로 그는 태권도 유단자이고 복싱 등 격투기를 즐긴다. 액션스타를 겸한 영화감독이 되고 싶다는 꿈도 가지고 있다.
―미국의 ‘소수민족 날라리’에서 모국의 스타가 되니 행복한가.
“스타를 인간으로 보지 않는 게 가장 서운하다. 사생활을 송두리채 빼앗긴다. …물론 간절히 원하던 일을 할 수 있다는 점에서는 행복하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