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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조조정이후 직장풍속]「칼」퇴근-휴가「꼬박꼬박」

입력 | 1999-05-08 19:56:00


‘규정대로, 칼같이.’

기업의 구조조정이 어느 정도 마무리되고 연봉제가 도입되면서 직장인들 사이에 모든 것을 사규(社規)에 정해진 대로 처리하는 이른바 ‘규정대로 문화’가 확산되고 있다.

이는 지난해까지만 해도 대량해고의 와중에서 ‘살아남기 위해’ 휴일근무와 야근을 마다하지 않던 것과는 사뭇 달라진 모습.

우선 휴일을 꼬박꼬박 챙기는 것은 기본이다. 퇴근시간을 엄수하고 퇴근 후에는 동료들과 어울리는 대신 어학공부 등 자기계발에 치중한다.

대기업 계열사인 서울 강남의 S사 홍보팀에 다니는 송모씨(30). 지난해만 해도 상사가 남아 있으면 눈치 때문에 또는 미처 끝내지 못한 일을 마치느라 퇴근시간을 지킨다는 것은 꿈도 꾸지 못했다.

그러나 올들어 연봉제가 도입되면서 그의 직장생활은 크게 달라졌다. 오후 5시가 되면 일을 다 끝내지 못해도 ‘떳떳이’ 퇴근한다.

법정관리에 들어가 있는 H사의 정모씨(31)도 비슷한 상황. 지난해까지만 해도 회사를 살린다는 명목으로 평일 밤과 주말을 고스란히 반납하곤 했으나 이제는 토요일이면 오후 1시에 ‘칼같이’ 사무실을 나서 영어학원으로 간다. 휴일근무는 당연히 사절이다.

‘휴가는 못 챙기는 사람이 바보’라는 인식이 확산되면서 정기휴가는 물론 연월차 휴가까지 남김없이 챙겨 금요일과 토요일을 끼고 3,4일 쉬는 것도 이제는 흔한 일이 됐다.

직장 동료들 사이도 옛날같지 않다. D사의 최모대리(32)는 “예전에는 팀 중심의 공동작업이 많았으나 올해 연봉제가 도입되면서 개인플레이가 많아졌다”며 “그러다보니 회사안에서만 동료로 지내고 퇴근하면 서로 간섭하지 않는 게 관행처럼 굳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최대리는 이같은 분위기의 배경에 대해 “회사에 모든 것을 바쳐 충성을 다하다 어느날 구조조정을 당해버리면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남지 않게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만약의 경우를 대비한 자기계발을 위해 퇴근 후 학원을 가는 동료들이 부쩍 늘어 동료들간의 퇴근 후 한잔은 거의 사라졌다는 것.

규정대로 모든 것을 처리하는 ‘규정대로 문화’를 회사에서 지원하기도 한다. 대기업 L사의 한 부서는 ‘점심시간과 퇴근시간 지키기 운동’을 진행중이다.

대기업 S사의 한 중견간부는 “불필요한 비용을 줄이고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회사에서도 업무시간내에 모든 일을 처리하고 퇴근시간을 엄수하고 휴일근무를 줄이라는 방침을 내리고 있다”고 말했다.

〈김상훈기자〉core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