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고양시 일산 신도시의 중심부에 나지막이 앉아있는 정발산(해발 87.7m). 신도시내의 유일한 산으로 호수공원과 더불어 주민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휴식처다. 이 정발산 주변에 최근 높은 건물이 잇따라 세워지고 있어 주민들이 “정발산 경관과 조망권이 손상받는다”며 속상해 하고 있다.
현재 정발산 자락에는 15층짜리 고층 오피스텔과 5층짜리 사찰을 짓는 공사가 한창이다. 게다가 이미 완공된 시교육청 건물을 비롯해 일산구청 일산경찰서 국립암센터 등 공공건물들도 산 자락 곳곳에 세워지고 있다.
정발산 서북쪽 끝자락 바로 옆인 일산구 장항동 785의3 일대 3천4백여평의 부지에 들어설 오피스텔은 지하4층 지상15층 규모. 완공되면 건물의 높이가 산 정상보다 불과 23.2m 낮은 64.5m에 달한다.
이 오피스텔은 분양업체인 ㈜제네스와 ㈜SGI가 97년 고양시로부터 건축허가를 받아 ‘밀레니엄 빌리지’라는 이름으로 70%가량 분양했다. 2001년 완공예정으로 이미 터파기 공사가 거의 끝났다.
이 오피스텔에서 불과 25m밖에 떨어지지 않은 양지마을 연립주택단지 주민들은 “고층 오피스텔 건축을 허가한 것은 정발산의 자연경관을 보호하기 위해 산 주변에 고층건물이 들어서지 못하도록 한 일산신도시 설계지침에 어긋난다”며 고양시를 상대로 법원에 행정소송을 제기해놓은 상태다. 판결은 이달말로 예정돼 있다.
이에 대해 고양시측은 “주민들의 심정은 이해하지만 현행 법규상 건축 허가를 내주지 않을 수 없었다”고 밝혔다.
정발산의 남동쪽인 마두동 810일대에 골조공사가 한창인 대한불교조계종 통도사 일산포교당 건물도 요즘 논란의 대상이다. 내년초 완공예정인 5층짜리 이 사찰은 높이가 26m에 달해 이 일대에서 두드러지게 눈에 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토지공사가 종교용지로 분양한 땅이어서 높이 제한을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시민 정재현씨(35)는 “타인의 재산권 행사를 막을 수는 없지만 신도시내의 유일한 산이 건물들에 둘러싸이는 것은 안타까운 일”이라고 말했다.
〈이기홍기자〉sechep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