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는 9일 첫 방송한 ‘섹션TV 파워통신’(일 오후6·00)에서 ‘A양 비디오’의 주인공 탤런트 오현경과의 인터뷰를 20여분간 다뤘다. 사회적 문제를 일으킨 사안에 대한 시의적절한 방영이었고 당사자에게 해명의 기회를 준 점에서도 평가받을 만하다.
그런데 문제는 방영시간. 주말 초저녁에 온 가족이 보기에는 무리가 있는 아이템이었다. M BC가 봄철 개편시 내건 공영성 강화에 흠집을 내지 않나 하는 우려도 따른다.
“방영여부를 놓고 보도국과 수차례 회의를 거쳤다”는 기획자 김영철책임프로듀서(CP)의 말에서 엿볼 수 있듯 제작진은 ‘얌전한’ 접근방식을 취했다. 자극적 질문을 자제하는 한편 ‘오씨의 사생활도 보호받았어야 하는가’라는 ARS설문조사를 병행했다. ‘그렇다’(4만2천7백88명)가 ‘아니다’(6천9백96명)보다 훨씬 많은 설문결과를 강조하며 사생활 침해의 심각성을 부각시켰다.
그러나 방영직후 시청자들의 항의가 적지않았다. 부산에 사는 30대의 남성 시청자는 본사에 전화를 걸어 “‘A양 비디오’가 널리 알려졌지만 아직 이 자체를 모르는 시청자도 많을텐데 주말 가족시간대 프로로는 부적절한 것 아니냐”고 지적했다.
사실 MBC는 ‘섹션…’을 수요일 밤 11시대에 배치할 예정이었다. 김CP는 “오현경 건을 준비할 ‘배짱’을 보인 것도 방영시간대가 평일 심야대인 줄 알았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도 “한가한 백화점식 나열로는 주말시간대에 시청자의 주목을 받기 힘들다”는 말로 앞으로의 제작방향을 시사했다.
연예정보프로라고 공영성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다. 그러나 주말 가족시간대에 자리잡은 만큼 선정적인 주제는 피하는 것이 좋다. 대중문화와 연예계의 심도있는 정보와 진정한 스타의 발굴이 기대된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