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10일 전북지역을 방문해 “남북정상회담을 서두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것은 최근 대북 포용정책의 시한을 둘러싸고 빚어진 논란을 매듭짓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김대통령이 남북정상회담에 관해 언급한 내용은 취임 직후부터 일관되게 밝혀온 원칙으로 새삼스러운 게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김대통령이 이를 다시 강조한 이유는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의 발언 때문이라는 게 청와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홍장관은 7일 윌리엄스버그 국제회의 개막연설에서 “한국과 미국은 내년에 선거를 앞두고 있으므로 대북 포용정책의 성과가 나올 때까지 무한정 기다릴 수만은 없다”고 말했고 이는 일반적으로 대북 포용정책의 시한을 제시한 것으로 받아들여졌다.
특히 한나라당이 홍장관의 발언을 놓고 “대북정책을 내년 총선 등 국내정치에 이용하려 한다”는 공세를 펴면서 파문이 더욱 확산됐다. 홍장관 본인은 물론 청와대 관계자들이 나서 홍장관 발언의 취지가 “북한에 포용정책의 수용을 촉구한 것”이라고 누차 해명했으나 논란이 좀처럼 수그러들지 않았다.
이 과정에서 남북정상회담의 정치적 이용가능성도 제기됐다. 이는 역대 정권이 국내 정치상황을 호도(糊塗)하기 위해 남북정상회담을 ‘한건주의’ 식으로 추진했던 전례 때문이었다.
김대통령은 이런 ‘잡음’이 윌리엄 페리 미국 대북정책조정관의 방북 등 대북정책과 관련한 ‘대사(大事)’가 임박한 시점에서 계속되는 것이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한 것 같다.
따라서 김대통령 발언엔 홍장관에 대한 간접적인 질책의 의미도 깔려 있는 것으로 보인다.
〈최영묵기자〉moo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