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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대사관 오폭]美-中관계 악화…대북정책 불똥 우려

입력 | 1999-05-10 19:32:00


북대서양조약기구(NATO)의 유고 주재 중국대사관 오폭(誤爆)사건으로 미국과 중국의 관계가 악화됨에 따라 한반도에도 적지 않은 파장이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정부 당국자는 10일 “동북아시아의 역학관계를 고려할 때 기본적으로 미중 관계가 원만해야 남북한관계도 순조로울 수 있다”며 “정부는 양국 간 갈등의 불똥이 행여 한반도로 튀지 않을까, 사태의 진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가 가장 걱정하는 대목은 양국의 대립으로 인해 대북정책 추진에 차질이 빚어지는 사태. 무엇보다 미중 관계가 단기간에 회복되지 않을 경우 한반도 평화체제 구축을 위한 4자회담의 진전에 부정적인 영향이 초래될 개연성이 있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미국과 중국은 그동안 4자회담에서 한국의 입장을 지지해 4자회담은 실제로 한 미 중과 북한 간에 ‘3+1’ 방식으로 진행돼 왔으나 미중관계가 계속 악화된다면 양국이 한반도문제에 대한 입장을 조율하는데 어려움이 생길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특히 중국은 8월 스위스 제네바에서 재개될 예정인 4자회담 6차 본회담의 의장국을 맡게 돼 있다. 만일 그때까지 미중 간 대립이 계속된다면 회담이 제때 열리지 못할 수도 있다.

이번 사태는 또 정부가 추진 중인 ‘포괄적 대북접근’ 방식에 대한 국제적인 지지를 확보하는 데도 장애가 될 가능성이 없지 않다.

미중관계가 복원되지 않는 한 두 나라를 상대로 정부가 적극적으로 대북정책 카드를 내놓고 지지를 요청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정부 당국자는 “당분간은 미중관계의 추이를 지켜보며 대북정책 추진 속도를 조정할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다.

또 미국이 북한의 핵 및 미사일 문제에 대한 중국의 협조를 얻기가 어려워지면 앞으로 이를 둘러싼 북―미 간 마찰이 재연될 경우 중재에 어려움을 겪을 수도 있다.

그러나 미중 간 갈등이 본격적인 동북아에서의 패권 다툼으로 비화되지 않는 한 한반도가 당장 직접적인 영향을 받게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치 않다.

〈한기흥기자〉eligi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