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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GO]「건강한 가족」 일깨우는 시민단체들

입력 | 1999-05-11 10:11:00


광명트레이딩 영업부장 이순원(李舜遠·38)씨는 지난해 6개월 동안 실직상태에 빠진 적이 있다.

실직의 고통은 예상보다 컸고 속으로 눈물을 삼켜야 하는 순간도 많았다. 그러나 그에게는 그동안 쌓아올린 가족의 신뢰와 격려가 있었다.

가족의 소중함과 의미를 한번 더 생각하게 되는 5월. 이씨는 1일 ‘좋은 아버지가 되려는 사람들의 모임’(이하 조아모)이 제정한 ‘올해의 좋은 아버지상’을 받았다. 이씨 가족은 올해 초부터 ‘아빠 엄마, 성수를 칭찬합시다’라는 제목의 공책을 만들어 서로를 칭찬하는 글을 쓰고 있다.

가정이 흔들리고 가족이 해체되는 시대. ‘좋은 아버지가 아니어도 좋으니 돈만 벌어오라’는 국제통화기금(IMF)체제는 기죽은 아버지를 더욱 맥빠지게 만든다. 한때 관련 모임만 해도 70개를 넘어설 정도로 활발했던 ‘아버지운동’도 시들해진 상태. ‘조아모’가 그나마 희망을 잃지 않고 새롭고 건강한 가족문화를 일궈가고 있다.

나원형(羅源亨·39·무역업)운영위원장은 “아이들과 놀아보면서 아버지의 역할을 깨닫고 회원들끼리 아버지나 직장인으로서 고민과 갈등을 함께 나누고 위로하고 용기를 얻기 위한 모임”이라며 “모임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고 강조했다.

아버지 역할에 대해 생각해 보는 계기를 마련하는 ‘아버지와 함께 하는 기차여행’, 부부의 건강한 대화를 위한 ‘부부유치원’, 회원들끼리 토론하는 소그룹모임 등이 주요 프로그램. 30일에는 서울 정동극장에서 아버지 요리자랑 및 어린이 벼룩시장이 열린다.

중소기업을 운영하는 회원 이모씨(40)는 “모임에 참여하면서 가정에 충실해졌고 딸한테는 ‘노력하는 아버지’가 됐다”고 말했다.

이 모임의 특징은 ‘가족 안에서’ 실천하는 모임이라는 것. 이 모임은 소녀가장 김모양(중학교 3년)을 3년째 돕고 있고 PC통신을 통해 상담도 한다. 그러나 나위원장은 “가족을 제쳐둬야 하는 민주화운동이 아닌 이상 아버지운동이나 가족운동은 가족이 우선시돼야 한다”고 강조.

아버지모임들이 IMF시대에 서리를 맞았다면 ‘어머니모임’은 IMF체제로 인해 태어났다. ‘좋은 어머니가 되기 위한 모임’은 수입이 줄어 과외를 할 수 없게 된 어머니들이 아이들을 직접 가르쳐 보자며 지난해 3월 결성했다. ‘품앗이교육’을 주선하고 교육정보가 담긴 회보를 보내주며 글쓰기 등 무료강의도 실시하고 있다. 벼룩시장 체육대회 등 ‘가족과 함께 하는 프로그램’도 진행한다.

이들 모임보다 ‘사회성’을 띤 ‘가족문제’운동단체로는 가정법률상담소가 ‘원로’. 부부문제 가족문제에 대한 상담활동을 벌이며 가족법 개정운동에 앞장서왔다.

한국여성의 전화연합은 부부문제, 특히 매맞는 여성을 위한 상담과 가정폭력예방운동에 주력하고 있다. IMF체제 이후 가정불화나 가족해체가 심각하다는 것이 상담원들의 지적.

한국여성상담센터는 상담과 함께 남편의 실직과 실직의 위기로 고통받는 주부를 위해 가정해체방지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가족행사가 많은 가정의 달 5월이 불편하기만 한 편부모가정. 가정법률상담소의 ‘기러기모임’에서는 홀로 된 여성들이 어려움과 힘을 나누고 ‘조아모’에서도 홀아비 10여 가족이 서로 돕고 있다.

한국여성민우회 가족과 성 상담소는 13일 편부모상담지원센터(가칭)를 개설한다.

유경희(柳京姬)사무국장은 “가족해체와 이혼의 증가에 따라 편부모가정이 급속히 늘고 있으나 사회적 편견과 경제적 어려움은 여전하다”며 “그들도 사회와 어울려 화목한 가정을 꾸려갈 수 있도록 지원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진경기자〉kjk9@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