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젖이 나오는 흑염소.’
1g에 9억원을 호가하는 의약물질인 ‘백혈구 증식인자(G―CSF)’를 형질변환 흑염소의 젖을 통해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이 국내 연구진에 의해 세계 최초로 개발됐다.
한국과학기술원 의과학센터 유욱준(兪昱濬)교수팀, 생명공학연구소 이경광(李景廣) 이철상(李喆祥)박사팀, 충남대 신상태(申相泰)교수, 한미약품㈜ 연구진은 이달 2일 첫 새끼를 출산한 형질전환 흑염소 ‘메디’의 젖에서 G―CSF 성분이 다량 함유된 것을 확인했다고 11일 발표했다.
이들 연구진은 토종 흑염소를 교배한 수정란에다 젖을 만드는 유전자와 사람의 G―CSF 유전자를 이식해 착상, 작년 4월 형질전환 흑염소 ‘메디’를 출산시키는 데 성공했다.
다 자란 ‘메디’는 일반 수컷 흑염소와 교배해 2일 ‘메디2세’(암컷)를 출산했으며 연구진은 처음으로 나온 젖에 예상대로 다량의 G―CSF가 함유돼 있음을 확인했다. ‘메디’의 젖 1ℓ에는 0.1g의 G―CSF가 포함된 것으로 나타났다.
백혈구를 증식시키는 G―CSF는 정상인의 몸에서 소량 분비되는 생리활성 단백질로 백혈병 암 빈혈이나 골수이식 화학요법 등 치료로 인해 백혈구가 부족할 때 투여하는 약품이다. 그러나 1g당 거래가가 9억원, 4백㎍짜리 1회 주사분이 26만원일 정도로 비싸 대다수 환자들에겐 ‘그림의 떡’이었다.
이번 성공에 따라 백혈병 암 환자의 치료비 부담을 줄여주는 동시에 세계시장 규모 14억달러인 G―CSF의 대량 수출이 가능할 것으로 연구진은 전망했다.
상품화 연구를 맡은 한미약품은 이미 ‘메디’의 젖에서 순수 G―CSF를 정제해내는 기술을 확보한 상태. 이 회사는 2001년초 임상실험에 착수, 2003년부터 국내외에 시판할 계획이다.
이들 연구진은 이번 연구와 함께 ‘메디’의 체세포복제를 병행하고 조혈제(EPO) 알파인터페론 등 다른 고부가가치 의약품 생산도 연구할 방침.
〈김종래기자〉jongra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