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타치(日立)제작소, 이토추(伊藤忠)상사, 도요타자동차.
일본을 대표하는 간판기업들이 최근 ‘체질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일본식 경영’으로 주목을 끈 이들 기업도 달라지지 않으면 살아남기 어렵다는 위기감을 공통적으로 느끼고 있다는 얘기.
히타치제작소의 변화포인트는 개인의 창의력을 중시하는 사풍(社風)개혁. 몇년간의 실적부진이 회사내 동맥경화와 감점(減點)주의에 있다는 반성에 따라 ‘어깨 힘빼기’와 가점(加點)주의로 바꾸었다.
우선 직원들의 출근복장을 자유화했다. 정장대신 넥타이를 매지 않는 캐주얼 복장을 권장하고 영업부서 외에는 티셔츠 차림도 인정했다.
상하관계에 너무 얽매이지 않도록 부하직원이 상사를 부를 때 부장 등 직책이 아니라 이름뒤에 ∼상(씨)이라고 부르도록 했다. 매일아침 실시해온 집단체조도 폐지.
이토추상사는 외부인재를 끌어들이기 위한 ‘당근정책’을 내놓았다.
이 회사는 금융 증권 정보통신 소프트웨어 디자인 등 최근 중점을 두고 있는 분야의 외부영입 직원에게 사장보다 많은 급여를 책정할 수도 있는 새로운 제도를 도입했다. 서열을 중시하는 일본기업에서는 생각하기 어려웠던 파격적 조치다.
도요타자동차는 지난달 도요다 쇼이치로(豊田章一郎)회장이 대표권 없는 명예회장으로 물러난다고 발표했다. 일본 재계의 거물인 도요다회장의 일선 퇴진은 일본재계에 큰 화제였다. 그가 차지해온 위상도 그렇지만 창업가문인 도요다가의 인사가 대표이사에 한 명도 포함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도요다 가문을 중심으로 결속력을 자랑해온 이 회사에서 창업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물론 이 변화를 회사경영에 창업주 가문의 영향력이 없어진다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는 없다. 그러나 “이제는 경영능력이 중요하며 단지 도요다 가문이라는 이유만으로 사장이 되는 시대는 끝났다”는 오쿠다 전회장의 말은 거세게 불고 있는 변화의 바람을 느끼게 한다.
〈도쿄〓권순활특파원〉shkw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