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와 자민련은 14일 정치개혁특위 회의후 국회 의사진행 방해행위를 근절하는 제도를 마련키로 했다고 발표했다. “거듭되는 국회 파행으로 국민불신이 커져 이를 제도적으로 막는 방안을 검토키로 했다”는 설명이었다.
자민련 박태준(朴泰俊)총재도 13일 기자간담회에서 똑같은 얘기를 했다. 그는 “한쪽에서는 표결을 방해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이를 피하기 위해 날치기를 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묘안이 없겠느냐”면서 “아이디어가 있으면 알려달라”고 덧붙였다.
그러나 그 해법은 바로 현행 국회법에 있다. 국회법 제145조는 ‘회의장의 질서를 문란케 한 의원이 있으면 의장은 그에게 발언 금지나 퇴장 조치할 수 있다’고 못박고 있다. 또 제155조는 이런 의원을 징계할 수 있는 근거를 명시하고 있어 현행 법규만 제대로 지켜도 의사진행 방해행위는 얼마든지 근절할 수 있는 셈이다.
날치기 역시 마찬가지다. 현행 법 그 어느 조항에도 날치기 처리를 허용하는 내용은 없다. 오히려 국회법 제6장 제5절은 6개 조항에 걸쳐 표결 절차를 상세히 규정, 이것만 지켜도 날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다.
실제로 3일 국회 본회의에서 정부조직법 개정안 등의 날치기가 가능했던 것도 이 조항을 어겼기 때문이다. 공동여당은 당시 여야 의원들이 뒤엉켜 있는 와중에 표결을 한다면서 찬반 의원 수를 제대로 세어보지도 않고 ‘찬성 1백50명, 반대 96명’이라는 엉터리 결과를 발표했었다. 1월초 ‘사흘 연속 날치기’ 진기록을 세울 때는 야당 의원들의 이의 제기가 있었는데도 공동여당은 아예표결절차를생략했다.
따라서 공동여당이 의사진행 방해행위 근절책을 마련할 생각을 하기보다 먼저 자신들의 과거 법규 위반부터 반성해야 마땅하다. 선진 의회문화 정착은 현행 법규만 성실히 지켜도 이뤄진다.
송인수 iss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