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요일 저녁 어둑어둑해질 때쯤이면 다음날이 기대돼요. 빨리 회사에 가서 일하고 싶어서요.”
패밀리레스토랑 ‘베니건스’의 총사령탑 문영주씨(36·동양제과 외식사업본부장). 그에게 ‘경영’은 ‘재미있는 게임’이다. 경쟁업체의 강점 약점을 분석해 전략을 세운 뒤 7개 지점, 5백여명의 직원을 진두지휘한다.
패밀리레스토랑 후발주자인 베니건스의 지난해 매출은 2백억원으로 업계 2, 3위를 다투고 있다. 얼마전 어린이날에는 서울 도곡점 하루매출액이 4천7백46만1천6백1원으로 국내 외식업체 최고기록을 경신했다.
▼남들이 뭐라 해도 ▼
중앙대 영문과 졸업, 미국 미시간주립대 커뮤니케이션 석사. 91년, 제일기획 입사 1년된 그에게 동양제과 경영진이 신규사업개발팀을 맡아달라고 제의했다. ‘기회다’ 싶은 직감에 다음날 곧바로 사표를 썼다. 철없는 짓이라며 모두 말렸지만 그는 ‘뭔가 더 즐거운 사고’를 치고 싶었다. 3년반 동안 두툼한 신규사업보고서를 1백개나 만들어내며 일에 몰두.
‘가능성에 대한 투자’는 적중했다. 94년 그는 미국 외식업체 1∼20위의 명단만 가진 채 홀홀단신으로 한 달간 미국 출장. 20개 업체를 전부 찾아가 무조건 부딪히고 설득한 끝에 베니건스의 프랜차이즈권을 따냈다.
▼즐거운 비즈니스 ▼
“뭐든 마음먹기에 달렸죠.” 찡그리거나 화내는 일은 거의 없다. 그의 야근 이유는 일이 ‘많아서’가 아니라 ‘재미있어서’다.
지난해에는 음식재료의 이론적 소비량(레서피 기준)과 실제소비량을 비교하는 컴퓨터프로그램을 개발, 6개월간 80가지 메뉴를 일일이 분석해 재료비의 20%를 절감했다.
‘일단 일하는 사람이 즐거워야 한다’는 생각에 직원에 대한 보상도 철저히 챙긴다. 성과가 뛰어난 직원에게는 한달 5백만원 보너스를 척척 얹어준다. 55만원짜리 종합건강검진티켓을 선물한 적도 있다.
저녁식사는 의도적으로 다른 레스토랑에서 한다. 서울 압구정동 청담동 일대에 새로 생긴 레스토랑이 주타깃. 음식맛은 물론, 테이블세팅 서빙시스템 직원표정 고객표정을 두루 살피느라 식사를 제대로 못 하긴 해도 뭔가 한 가지는 꼭 배워 나온다.
▼에너지 충전완료▼
7년째 매일 오전 7시에 일어나 회사 근처에 있는 스포츠센터로 직행. 부하인 팀장 네 명도 어김없이 와있다. 줄을 맞춰 쉬지 않고 왔다갔다 1㎞ 수영. ‘빌빌거리지 않고’ 활기차게 하루를 시작할 수 있어 좋다. 팀워크를 다지는 데는 함께 하는 아침운동이 ‘소주잔 기울이며 불만 털어놓는 것’보다 훨씬 프로페셔널하다고 생각한다.
춤은 자타공인하는 수준급. 대학 때 우연히 빠져 2년을 허슬과 디스코로 보냈다. 남들이 뭐라든 ‘춤은 건전한 것’이라는 소신대로 더 열심히 연습해 전국대학생댄싱클럽 회장까지 지냈다. 춤솜씨 덕에 신입사원 시절부터 ‘뭔가 재미있고 튀는 사람’으로 확실히 부각됐다. 요즘도 음악이 나오면 ‘옛날 감각’으로 허리가 슬슬 돌아가기 시작한다.
〈윤경은기자〉keyoo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