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섹스)하다가 멈춰버리니까 남편이 나가서 안들어왔다.』(부인)
“직업 여성과…. 출근하면서 아내에게 비디오 테이프를 주고 공부하라고 권했다.”(남편)
이처럼 낯뜨거운 대화는 성애 소설의 한 대목이 아니다. 14일 MBC ‘생방송 임성훈 이영자입니다’(오전 9·45)의 ‘금요테마―부부 성트러블’에 출연했던 김모씨 부부가 전국 시청자들에게 공개했던 이야기들이다.
낯뜨거운 것은 이 뿐만 아니다. ‘잠자리에서 분위기 깨는 아내의 말이나 행동’을 30, 40대 남성에게 물었다. “피곤해 빨리 좀 해” “돈이야기를 하는 것” 등의 응답이 순위별로 소개됐다.
14일 ‘생방송…’은 지금까지 성문제를 다룬 공중파 프로 중 가장 노골적이었다. 과연 그 ‘수위’가 공중파에서 용인될 수 있을까. 물론 부부간 성트러블은 이혼사유가 될 만큼 심각한 사안이다. 그러나 그것은 성클리닉이나 침실, 친밀한 관계 사이에서 털어놓을 수 있는 사생활이지 시청자들을 상대로 공개적으로 털어놓는 것은 무리다. 방송위원회도 방송의 품위 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이 프로 관련자료를 수집중이다.
연출진이 밝히는 기획 취지는 이렇다. 부부간의 성 문제를 솔직하게 털어놓고 한국 사회의 이중적인 성의식을 짚어보자는 것. 연출진은 과격한 말이나 비속어가 아니면 솔직하게 털어놓으라고 주문했다고 한다.
그러나 이 프로는 진행될수록 성문제에 대한 진지한 접근보다 흥미 위주로 변질됐다. 진행자인 임성훈과 이영자는 겸연쩍어하면서도 “우리끼리 다 아는 이야기인데 공감이 가세요”라며 방청객의 동의를 유도했다. ‘아내의 접근이 부담스러울 때’ ‘아내의 유혹을 거부하는 방법’ 등의 설문조사도 여성지의 재탕에 불과했다. 또 남성클리닉전문의가 출연해 ‘고민 남과 여’에게 권해준 대책은 “성에너지를 운동해서 풀어라”는 등 상식선을 넘지 못해 구색맞추기에 불과했다는 느낌을 주었다.
MBC는 11일 밤 ‘PD수첩’ 방영중단을 요구하는 만민중앙교회 신자들의 주조정실 난입 영향으로 마치 공영성이 강화된듯한 인상을 시청자들에게 주었다. 그로부터 불과 사흘 뒤 방영된 이 프로는 MBC가 시청률의 노예인 상업방송이 아닌가 하는 의구심을 다시 심어줬다.
〈허 엽기자〉he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