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수원시에 사는 주부 김주영씨(33)는 최근 ‘감기를 달고 사는’ 아들(7)의 호흡기 정밀 검사를 받았다. 감기약을 먹으면 곧 낫지만 심한 운동을 하거나 야외에 나갔다 오기만 하면 재채기를 하고 콧물을 흘리는 경우가 많았기 때문.
소아과 병원에는 ‘아이가 감기를 달고 산다’고 하소연하는 부모들의 발길이 잦다. 그러나 한림대의대 한강성심병원 소아과 이혜란교수는 “이런 아이 중에는 감기가 아닌 천식이나 비염 등 다른 질환을 앓는 경우가 많다”면서 “발병원인도 모른 채 감기 치료만 하면 감기약에 대한 내성(耐性)만 키우게 된다”고 말한다.
▼아이들 감기▼
감기는 코와 목 등 상기도(上氣道)에 염증이 생겨 △목이 붓고 △콧물과 기침이 나며 △열이 나는 증상을 말한다. 실내에서 주로 생활하는 3세 이전에는 일년에 네 번, 실외활동이 많아지는 4∼6세에는 6∼8번 감기를 앓는다.
‘감기를 달고 사는 아이’는 자주 ‘감기’에 걸리다 보니 ‘감기’증상이 있는 지 없는 지를 구별하기 어렵다. 감기와 증상이 비슷한 다른 질환을 앓는 경우 가볍게 지나치기 쉽다.
▼감기유사 질환▼
▽기관지천식〓심한 기침과 함께 숨을 헐떡이고 가슴에 귀를대면 기관지에서‘쌕쌕’거리는 거친 소리가 들린다.새벽이 되면기침이 더욱 심해진다.아토피 피부염등을 앓는 경우가 많다.
천식은 집먼지진드기 꽃가루 등 알레르기성 물질로 인해 기관지가 수축하고 기관지에 염증이 생기는 병. 감기약은 치료에 거의 도움이 되지 않으며 원인 치료가 중요하다. 기침이 심할 때는 들이마시는 ‘기관지확장제’를 사용해야 한다. 심할 경우에는 평소에도 항염증제를 수 개월에서 수 년간 꾸준히 복용해야 한다.또 기관지가 예민하므로 가습기도 사용하지 말아야 한다.
▽알레르기성 비염〓알레르기성 물질 때문에 코에 염증이 생기는 것. 이런 아이는 코와 눈이 가려워 손으로 자주 비벼 눈 밑이 까맣고 콧잔등에 주름이 생기는 경우도 있다. 코를 자주 후벼 코피가 나기도 한다.
비염이 생기면 맑은 콧물을 흘리고 재채기를 해 감기에 걸린 것으로 잘못 알기도 한다. 감기와 달리 열이 없다. 비염은 아침에 잠자리에서 일어난 직후 증상이 가장 심하다.
콧물이 줄줄 흘러 내릴 때는 항히스타민제를 복용한다.코가 막혔다고 해서 코막힘 증상만 없애는 ‘코충혈 제거제’를 5일 이상 사용하면 약물성 비염으로 악화될 수 있으니 주의.
또 알레르기성 비염을 감기로 오인, 방치하면 콧물이 목구멍으로 넘어가면서 기관지를 자극해 기관지천식에 걸릴 수 있다.
▽부비동염(축농증)〓광대뼈 밑의 빈 공간인 ‘부비동’에 염증이 생겨 고름과 분비물이 쌓이는 것.누런 콧물이 나오고 광대뼈를 누르면 아프다고 하며 두통을 호소하기도 한다. 또 콧물이 자주 목구멍으로 넘어가며 잠자리에 누울 때나 아침에 기침을 심하게 한다. ‘부비동 X선 촬영’으로 염증이 생겼는지 여부를 확인하고 염증이 있을 경우 항생제를 2주 정도 복용한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