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물 다섯살 처녀의 이유없는 감상만은 아니다.
미치도록 사랑했기에 아쉬움은 크고 이 순간 마지막 정열을 한줌 남김없이 불태우고 싶다.
한국 배드민턴 여자단식의 간판스타 김지현(삼성전기).
대표팀 맏언니인 그는 요즘 자신도 모를 가슴앓이를 하고 있다.
고질적인 발 부상으로 화려한 영광 한번 없었던 지난 길이 서럽기 때문만은 아니다.
“초등학교 때 선생님의 권유로 운동을 시작할 때만 해도 세계 최강의 꿈을 꿨죠. 하지만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고 난 후 스스로의 한계에 부닥쳤죠. 그 좌절감을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까요.”
사실 그는 96애틀랜타올림픽 금메달리스트 방수현의 계보를 잇는 국내 여자단식 대들보이지만 제대로 알아주는 사람은 없다. 90년 대표팀에 합류한 이후 각종 국제대회 성적이 만년 2,3위. 정상 고지에서 환호한 적도 없다.
그는 마지막 비상을 꿈꾸고 있다.
사실상 마지막 무대가 될 내년 시드니올림픽 금메달이 목표다.
“선수로서의 황혼기가 된 이제야 배드민턴의 묘미를 조금 알 것 같아요. 매 경기 최선을 다해 유종의 미를 거둬야죠.”
김지현은 3월 스웨덴오픈 여자단식 2연패를 달성하는 등 뒤늦게 가파른 상승곡선을 그리고 있다.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99세계혼합단체전 중국과의 경기에서도 팀은 비록 패했지만 여자단식에서 세계 1위 공지차오를 꺾는 등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냈다.
그가 19일부터 시작되는 99세계선수권대회에서 어떤 성적을 거둘지 궁금하다.
〈코펜하겐〓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