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는 신도를 싣고(TV는 사랑을 싣고)’가 확 잡아끌잖아요.』
“아니지. ‘곧끄마 텔레비전(꼬꼬마 텔레토비)’이 ‘신도토비’와 더 어울리잖아.”
17일 오후 그들은 만민중앙교회 신도들의 MBC난입사건 ‘처리방안’을 놓고 연신 담배를 피우고 있었다. 한 주간의 시사화제를 기발한 패러디로 풍자하는 KBS 2TV ‘시사터치 코미디파일’(목 밤11시)의 연출자 강영원 김영식PD. 이번주 주제 잡기가 역시 고민이다.
두달전부터 ‘김지호의 패러디타임’을 가동, ‘시사터치…’를 본격적인 시사풍자물로 업그레이드 중인 이 두 남자가 지금까지 내놓은 패러디상품은 그야말로 ‘기상천외’.
영화 ‘박봉곤 가출사건’의 포스터를 모방한 ‘고숭덕 가출사건’(기획 일장춘몽, 제작배급 사위사랑)은 공천을 놓고 파문을 일으킨 고승덕변호사가 박태준 자민련총재와 이회창 한나라당총재 사이에서 어깨를 걸치고 있는 장면을 넣었다. ‘여보게, 퇴임할 때 뭘 가지고가지’(전별금 지음. 전관예우 발행)라는 책표지로 법조계의 전별금문제를 다루기도 했다.
온갖 사건의 홍수 속에서 알짜만을 건져내 단 5분짜리 코너에 포장해 내기 위해 이들은 꼬박 5일을 투자한다.
일요일에 시작 월요일 밤까지 아이템 선정, 화요일에는 패러디 대상 설정. “아이템이 정해지면 이미 나와 있는 영화 책 가요 요리 등에서 패러디할 ‘텍스트’를 찾죠. 기존 영화 책제목 등에 덧입히면 새로운 작품이 나오니까요.”(김PD).
수요일 저녁까지는 컴퓨터그래픽회사에 의뢰, 패러디물을 완성해야 하지만 한번에 끝난 적은 없다.
“밤12시가 돼서 ‘물건’이 나오는데 기획과는 엉뚱하게 만들어져 다시 회사에 들고가는 적도 많아요.”(강PD)
주변에서는 ‘색다르다’ ‘본격 풍자다’고 칭찬하지만 아직 12%대에 머무는 시청률은 프로의 ‘생명’을 흔들 정도로 고민거리다.
“평일 심야시간대 ‘주고객’인 20∼30대 여성들은 정치나 시사문제에 무관심한 것 같다.”는 김영선책임프로듀서는 “3일 봄개편 후 기존 정치사회풍자에 가벼운 ‘꼬집기’를 가미한 것도 20∼30대 여성시청자를 위한 포석”이라며 턱을 괸다.
80년 시사코미디 ‘회장님 우리 회장님’을 연출했던 강PD는 “그래도 ‘시사’자(字)만 들어가도 사내외 압력이 거셌던 80년대보다는 사정이 낫다.”며 “회사측도 ‘계속 해보라’고 격려해주니 아기자기한 패러디로 통렬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할 작정”이라고 말했다.
〈이승헌기자〉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