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워싱턴에서 17일 열린 홍순영(洪淳瑛)외교통상부장관과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의 회담은 올브라이트 장관의 제안으로 열렸다.
코소보사태에도 벅찬 미국이 한반도 문제에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는 뭘까. 역설적이게도 코소보사태를 계기로 한반도문제를 차분히 재검토해볼 수 있는 여유를 되찾았기 때문이다.
코소보사태에 관심이 집중되면서 그동안 비등하던 미국 의회의 대북 강경기류도 수그러들었다. 빌 클린턴 행정부는 이런 소강국면을 대북정책의 획기적 전환점을 찾기 위한 기회로 활용하고 있는 듯하다. 특히 내년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코소보사태에 이어 대북정책에서도 성공을 거두지 못한다면 한반도문제가 선거쟁점으로 비화될 것이기 때문이다.
홍장관도 워싱턴주재 한국특파원들과 만난 자리에서 “한반도문제가 선거쟁점으로 비화되면 감정적인 대응이나 극단적인 처방으로 흐를 수 있기 때문에 지금 반드시 성공시킬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미국 윌리엄 페리 대북정책조정관의 북한방문도 이같은 돌파구 모색의 일환이다.
홍장관은 “페리조정관의 방북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고 단서를 붙이면서도 “이번 방북이 북한의 정책을 가늠하는 중대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특별한 의미를 부여했다.
홍장관은 페리조정관의 임무가 향후 북―미(北―美)관계나 남북관계의 큰 틀을 결정할 협상으로 격상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았다.
그러나 한미양국은 페리의 방북에 지나친 기대를 걸었다가 빈손으로 돌아올 경우 여론의 역효과를 우려해 표면적으로는 신중한 태도를 견지하고 있다.
한미외무장관 회담에서 두 사람은 △금창리 핵의혹시설에 대한 미국 조사단의 사찰 결과 △페리조정관의 방북 결과 △페리보고서 제출과 이에 대한 미국 의회의 반응을 지켜본 뒤 7월경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미국 방문을 통해 이뤄질 한미정상회담을 통해 최종 방향을 조율해나가기로 의견을 모았다.
코소보사태 와중의 향후 2개월은 한반도의 미래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중대한 분수령이 될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