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촌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30대의 ‘요리고수’(高手) 주부들. 이들은 ‘제자주부’들에게 일품요리의 비법을 가르치며 ‘가정요리’라는 새로운 요리의 장르를 열어가고 있다.
가정요리란 전문음식점에서 숙련된 요리사들이나 만들어 내는 진귀한 일품요리를 가정에서 주부들이 손쉽게 구할 수 있는 재료로 그와 비슷하게 만들수 있도록 개발한 요리.요즘 서울과 수도권의 아파트단지에는 ‘선생님’이라 불리며 주부들에게 가정요리법을 전수해주는 30대 주부들의 활동이 두드러지고 있다. 이들은 가정요리의 2세대. 그 1세대는 ‘방배동선생’ 최경숙씨(‘우리집요리’저자·동아일보사 발간)처럼 90년대 중반부터 활동해온 40, 50대 주부들. 물론 2세대 주부요리사들을 키워낸 ‘선생님’들이다.
2세대 가정요리사들은 30대라 해도 요리실력은 대단하다는 평. 보통 2백∼1천여종의 각국음식 요리법은 머리 속에 줄줄이 꿰고 있다. 또 선생님들로부터 전수받은 요리법을 바탕으로 자기만의 요리법을 개발, 한 중 양 일식 등 어떤 요리든 가리지 않고 거침없이 만들어낸다.
2세대 요리고수중 대표주자는 노희정씨(38·여·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울 강남구, 분당신도시 주부사이에서는 ‘유명인’이다. 84년 연세대 식생활학과를 졸업한 ‘정통파’.
“5년간 익힌 요리솜씨로 쉽게 만들수 있는 조리법을 1천종가량 개발했읍니다.”
3년전 남편 친구의 부인들 부탁으로 시작한 ‘특강’이 유익하다고 소문나면서 ‘요리사부’가 됐다. 요즘은 20∼40대 주부 30여명과 한 달에 두 번 요리모임을 갖고 있다. 노씨는 “남편으로부터 음식솜씨를 칭찬받았다는 얘기를 들을 때 보람을 느낀다”고 말했다.
우정욱씨(37·서울 강남구 대치동)는 요리솜씨가 뛰어난 친정어머니로부터 재능을 물려받은 경우. 6년간 6,7명을 사사한 후 2년 전 친구의 끈질긴 부탁에 못이겨 강습을 시작했다. 최근에는 슈퍼모델 L씨도 찾아와 배워갔다고.
경기 안산시의 신미숙씨(34)는 한국에 사는 외국인들, 홍콩 일본 미국생활 경험이 있는 사람들을 찾아다니며 요리를 배워온 ‘노력파’.
서울 강남과 용산구 동부이촌동, 분당 일산 산본신도시와 안산 지역의 아파트 단지에는 이런 ‘고수’들이 한 두명씩 활동중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노씨의 ‘제자’ 이진수씨(39·서울 강남구 개포동)는 “‘호텔식당보다 맛있다’는 주위의 칭찬, 스스럼 없이 동료를 초대하는 남편의 ‘자부심’, 요리사라는 자긍심, 이 세가지가 삶에 자신감을 불어 넣는다”고 말했다.
〈나성엽기자〉newsd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