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회의 대구시지부장인 엄삼탁(嚴三鐸)부총재는 요즘 ‘풍요 속의 빈곤’이라는 말을 실감하는 표정이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이 최근 박정희(朴正熙)전대통령과의 화해발언을 한 후 대구 경북(TK)지역에서 국민회의에 대해 우호적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긴 하나 저변의 민심은 크게 달라진 게 없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엄부총재는 20일 “TK지역의 지식층이나 유지 등은 김대통령의 화해노력을 긍정적으로 평가하는 쪽이지만 일반인들은 별로 관심을 보이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그동안 지역화합 차원에서 TK지역에 많은 공을 들인 결과 국민회의에 대한 거부감은 상당히 없어졌으나 아직도 내년 총선에서의 득표력으로 연결되리라는 전망은 서지 않는다는 것.
결국 TK지역의 민심을 얻기 위해서는 지역 숙원사업인 위천공단 건설과 대구경제 활성화 등 서민들의 피부에 와닿는 정책을 과감히 추진하는 수밖에 없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와는 별도로 대구 달성지구당위원장인 엄부총재는 김대통령의 화해발언 이후 박전대통령에 대한 추모분위기가 한층 가열되는데 대해 은근히 부담을 느끼는 눈치다. 같은 지역구 국회의원인 한나라당 박근혜(朴槿惠)부총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양기대기자〉k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