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엔 와이셔츠에 넥타이를 맨 ‘얌전한’ 공무원이지만 때로 음악을 연주하며 ‘헤드 뱅잉(머리를 흔드는 동작)’ 등 격렬한 동작을 서슴지 않는 이들이 있다.
96년 8월 결성된 록그룹 ‘선사시대’ 멤버들이 그들. 이 그룹은 서울 강동구의 30대 공무원(9∼7급) 7명으로 구성된 강동구청 동호회 가운데 하나다. 선사시대란 이름은 강동구 암사동 일대 선사시대 유적지에서 따온 것.
“드럼을 두드리며 흠뻑 땀을 빼고 나면 일주일간 쌓인 피로가 말끔히 가셔요.”
그룹리더로 드럼을 연주하는 민원봉사과 정정만(鄭正晩·39)씨의 말이다.
록그룹 결성은 당시 음악연주에 관심이 있던 문화공보담당관실 현종근(玄鍾根·36·기타연주)씨와 기획예산과 정호민(鄭浩敏·34)씨가 의기투합한 결과이다. 이들은 일단 록그룹 동호회를 만들기로 결심을 굳힌 뒤 구청 동료들 가운데 뜻이 맞는 사람을 하나씩 끌어들였다.
노래를 부르는 기획예산과 정씨는 “팀을 결성한 지 두달만에 첫 공연을 가졌는데 손발이 맞지 않아 진땀을 뺐었다”고 털어놨다.
이들은 대부분 학창시절 보컬그룹이나 중창단 등에서 활동했던 경력의 소지자. 그러나 그룹 결성 당시엔 악기에서 손을 뗀 지 10여년 이상 지난 터라 연주솜씨가 백지상태나 다름없었다.
처음 1년여간은 마땅한 연습장소가 없어 사설 음악학원에 장소를 구해 일주일에 세차례씩 어렵게 연습을 했다.
땀흘린 결과는 지난해 초부터 구에서 주관하는 행사에 단골로 초대되면서 결실을 맺기 시작했다.
지난달 17일엔 강동구의 자매결연지인 전북 진안군에서 열린 벚꽃축제에 초청됐다. 가수 조하문의 곡 ‘해야’와 김종환의 곡 ‘사랑을 위하여’를 멋지게 연주해 앙코르까지 받았다.
한달에 한차례 정도 각종 행사에 초대받지만 연말마다 강동구 고덕동 장애인수용시설 우성원에서 공연을 가질 때 가장 보람을 느낀다.
키보드를 연주하는 기획예산과 유종헌(劉鍾憲·35)씨는 “우리 얼굴을 기억하는 장애인들의 포옹을 받을 때 ‘진심으로 우리의 연주를 좋아하는 사람들’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이명건기자〉gun4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