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을 수도 없고 울 수도 없고….”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셔틀콕황제 박주봉. 영국 배드민턴 대표팀코치로 활약하고 있는 그는 23일 덴마크 코펜하겐에서 열린 99세계선수권대회 혼합복식 결승전과 준결승전에 앞서 곤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두경기 모두 한국과 영국의 맞대결로 펼쳐졌기 때문.
특히 그는 자신이 아끼는 후배 혼복 김동문―나경민조가 올초 국제대회 50경기 연승행진을 벌이다 3월 전영오픈에서 자신의 수제자인 아처―구드조에 진 가슴아픈 기억을 갖고 있다.
게다가 한국대표팀 코칭스태프는 자신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 혼합복식의 정명희코치와 남자복식의 김문수코치는 모두 자신과 91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일궈냈던 단짝 파트너. 권승택 대표팀감독은 자신의 매형이다.
반면 영국 제자들은 그를 끔찍이도 믿고 따르는 애제자들. 며칠전 말레이시아에서 그를 영입하려 한다는 움직임이 알려지자 복식 여자선수들이 단체로 그의 방에 몰려와 절대로 안된다며 펑펑 울었을 정도.
“누가 이기든 한쪽은 울어야 하니 가슴이 아플 뿐입니다.”
경기전 착잡한 표정을 짓던 그는 결국 경기가 끝나자마자 표정을 보이지 않으려는 듯 서둘러 코치석을 떠났다.
〈코펜하겐〓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