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세의 어린 나이에 광대가 되겠다는 청운의 꿈을 품고 야간 열차를 탔던’ 수줍은 밀양 아가씨가 장관이 됐다.
24일 개각에서 유일한 여성으로 가장 많은 화제와 논란을 부른 손숙(孫淑·55) 환경장관이 그 주인공. 척박한 국내 연극 현실 속에서 30년간 무대를 지킨 중견 연극인이자 무엇보다 10년간 MBC 라디오 프로그램 ‘여성시대’를 진행하면서 수많은 청취자를 울리고 웃겼던 친근한 이웃으로 손숙씨는 기억된다.
경남 밀양의 양반집 가문에서 태어나 유복한 어린 시절을 보낸 손숙씨는 수줍음을 잘 타는 모범생중 모범생이었다. 그러나 신문에 기고한 자신의 자전적 수필에서 스스로 광대가 되기위해 서울로 왔다고 밝히고 있을 만큼 그는 어릴때부터 연극에 관심이 많았던 소녀였다.
초등학교때 가족들과 같이 서울로 이사를 했던 손숙씨는 풍문여고 2학년때 우연히 드라마센터에서 보게된 유진 오닐의 연극을 보고 본격적으로 연극에 빠져버렸다. 63년 고려대 사학과에 들어간 손숙씨는 연극계를 기웃거리다 대학 3학년때 연극배우 김성옥(金聲玉·64)씨를 만나 학교도 팽개친 채 결혼부터 하고 만다. 어머니를 비롯한 가족들의 반대도 소용이 없었다.
김씨와의 결혼생활은 평탄한 것만은 아니었으나 연극에 대한 열정만은 꺼지지 않았다. 대표작인 ‘신의 아그네스’는 공연 6개월간 매진되는 기록을 낳았고 ‘홍당무’ ‘파우스트’ ‘느릅나무그늘의 욕망’ 등 1백여편의 연극에 출연하면서 대한민국 연극제 여우주연상 등 각종 상을 휩쓸었다.
올해 2월부터 3개월간 서울 정동극장에서 공연한 연극 ‘어머니’는 올해 연극계 최대의 화제작이었다. 손장관은 장관임명후 기자들과 만나 29일에서 30일 사이 러시아 모스크바에서 공연될 ‘어머니’해외공연에는 예정대로 주연배우로서 참가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손숙씨는 연극 인생의 사이에 또 하나의 무대에 발을 들여놓았다. 국내 대표적인 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의 공동대표로서 ‘환경인생’을 시작한 것. 환경운동연합 4명의 공동대표중 한명인 그는 동강댐 건설반대 밤샘 농성현장과 후원행사에서 환경의 중요성을 강조했다.이제 장관으로서 인생의 무대를 또 한번 바꿔선 손숙씨가 그려낼 새로운 ‘환경 인생’은 어떤 것일지 궁금하기만 하다.
〈정성희기자〉shchu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