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젠 노태우(盧泰愚)전대통령까지….』
노전대통령이 24일 재임 때의 측근 10여명과 부부동반으로 2박3일간의 강원도 나들이에 나섰다는 소식을 접하면서 입맛이 씁쓸한 사람이 적지 않았을 것이다.그렇지 않아도 김영삼(金泳三) 전두환(全斗煥)씨 등 두 전직대통령의 정치 행보로 나라가 소란스러운 마당에 노전대통령마저 ‘끼어들어’ 판을 더 복잡하게 만드는 게 아니냐는 걱정스러운 한숨도 나왔을 것이다.
노전대통령측은 이번 강원도 행차의 배경에 대해 “모친상을 당해 49재를 지낸 노전대통령을 위로하기 위해 측근들이 마련한 자리로 정치적인 의미는 전혀 없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동안 연희동 자택에 칩거하다시피 해온 노전대통령이 지금 측근들과 무리를 지어 움직이는 것을 ‘정치적 의미’ 없이 받아들이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물론 노전대통령의 성격과 스타일로 볼 때 독자 정치세력화 가능성은 낮다는 게 지배적 시각이다. 하지만 그는 최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YS를 강력하게 비난, 전직대통령들 사이에 벌어지는 정치적 이전투구(泥田鬪狗)에 가세했다.
더구나 그는 인터뷰에서 “수천억원대의 비자금은 남북통일 및 연해주지역 선도 투자를 위한 기금이었다”고 했지만 일반 국민은 “삼척동자도 곧이듣지 않을 주장을 펴기보다 추징금 잔액 8백여억원부터 내는 게 국가원수를 지낸 분으로서 최소한의 도리”라고 손가락질하는 상황이다.
노전대통령이 자신만이라도 ‘보통사람’으로 지내는 것이 ‘전직대통령 공해(公害)’에 시달리는 국민의 피곤함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는 길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었으면 한다.
박제균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