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계천 전선(電線)배달원에서 연간 매출 1천30억원대의 전선업체 사장으로.’
24일 모범중소기업인으로 선정돼 금탑훈장을 받은 대성전선㈜ 양시백(梁始佰)사장을 아는 사람은 그를 ‘스스로를 돕는자’라고 말한다. ‘하늘은 스스로 돕는 자를 돕는다’는 금언을 가슴속 깊이 새겨두고 끊임없이 노력해 원하는 것을 성취한 특별한 사람이라는 뜻이다.
6·25때 아버지가 납북된 뒤 신문배달을 하면서 어머니와 함께 어려운 가정을 이끌어온 양사장. 고교재학 중 생계유지를 위해 야간고등학교로 전학해야 하는 아픔을 겪기도 했지만 그 무엇도 양사장의 신념을 꺾을 수는 없었다.
그는 야간고 시절부터 청계천 상가에서 전선과 전기기자재를 배달하며 자신의 꿈을 키워가기 시작했다.
“주인의식을 가진 자만이 주인이 될 수 있다는 신념으로 전력을 다해 일했습니다.”
친지가 운영하는 전선 판매업체에 몸을 담기도 했던 양사장은 76년 그간의 경험과 모아둔 돈을 밑천으로 지금의 대성전선을 인수했다. 이후 대성전선은 국내 최초로 초전도 선재(線材)를 개발하는 등 ISO9001 자격을 획득해 한국의 전선업계를 대표하는 기업으로 급성장하기 시작했다.
지속적인 세계시장 개척으로 지난해에는 극심한 경제난에도 불구하고 매출 1천3백억원과 수출 5백50억원이라는 화려한 성적표를 남겼다.
현재 대성전선은 전체 매출의 절반 이상을 세계 58개국에 자사브랜드로 수출하고 있다. 89년 수출 1천만불탑상을, 96년 5천만불탑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이 회사가 안정적으로 성장한 배경으로 안정적인 노사관계를 빼놓을 수 없다. 양사장이 회사를 인수한 뒤 78년 노조가 설립됐지만 수차례의 파업정국을 거치면서도 지금까지 21년 동안 단 한 번의 파업도 없었다.
관리팀의 조흥구(趙興九)팀장은 “회사가 이익을 내면 사용자와 근로자가 과실을 함께 나누게 된다는 사장님의 경영철학을 사원들이 체험하면서 노사갈등이 사라졌다”고 말한다.
이 덕택에 대성전자는 민주적인 노사관계를 정립한 모범적인 기업으로 선정돼 87년에는 국무총리표창을, 92년에는 대통령표창을 수상하기도 했다.
〈박정훈기자〉hun34@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