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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최기호/닮은꼴 민족 한국-몽골 협력 강화를

입력 | 1999-05-25 19:30:00


한국과 몽골은 정식 국교(90년 3월26일)를 맺은 지 채 10년도 되지 않는다. 그 사이에 교역이 늘면서 동대문 시장에 몽골인이 북적대고 인적 교류가 활발하다. 지금은 서울과 울란바토르 사이에 직항로가 개설돼 비행기가 일주일에 3차례나 뜬다.

몽골족과 한민족은 만저우(滿洲) 하일라르 대평원과 싱안링(興安嶺) 산맥 부근 벌판에서 아주 오랜 옛날부터 깊은 교류가 있었다.

동북아시아의 중심지인 만저우는 기원전부터 우리의 땅이었다. 고조선을 비롯해 부여 고구려 발해로 이어지면서 만저우 대평원은 수천년 동안 우리 한민족이 다스리던 땅이었다. 그 뒤 8,9세기경에 몽골족이 역사에 나타나고 마침내 13세기는 칭기즈칸이 만저우 하일라르 평원을 중심으로 등장해 세계에서 제일 거대한 몽골제국을 세웠으며 그때 고려도 몽골의 지배를 받은 불행한 역사가 있다.

한민족과 몽골민족은 근본적으로 같은 역사를 가졌고 같은 뿌리를 가진 민족임이 최근 연구에서도 밝혀진다. 고고학적으로 같은 문양의 토기와 석기를 사용했으며 신화나 전설이 같은 것도 많다. 샤먼이나 한국의 서낭당과 몽골의 ‘어워’ 따위는 유사한 점이 많다.

한국어와 몽골어는 계통적으로 동북아시아어족이며 그 뿌리가 같다는 역사적 사실이 ‘위서’‘신당서’ 등에도 나타난다. 몽골 운전사에게 ‘바른쪽으로’라고 말하면 곧 알아듣고 바른쪽으로 간다. 몽골어에서 ‘바른쪽으로’라는 뜻의 말은 ‘바른죽으로’라고 하고 ‘왼쪽으로’라는 말은 ‘준죽으로’라고 하는데 이것은 한국어와 음이나 의미가 같을 뿐만 아니라 ‘―으로’라는 토씨까지 같은 것이다. 또한 몽골어에서 ‘바른쪽’이라는 말이 몽골어 옛말로는 ‘오른쪽’이었고 지금도 똑같은 의미로 쓰이고 있다.

몽골사람과 한국사람들은 이 세상에서 가장 닮은 사람들이다. 체질인류학적으로 얼굴과 몸매 골격이 아주 비슷하다. 갓난아이의 엉덩이에 나타나는 푸른반점을 ‘소아반’‘아반’ 또는 ‘몽골반점’이라고 하는데 이것이 95% 이상 나타나는 민족은 몽골족, 만저우 퉁구스족, 한민족뿐이며 유전자 지도에서 몽골족과 한민족이 가장 가까운 것으로 나타났다.

몽골사람들은 한국을 ‘솔룽고스’라고 부르는데 ‘무지개’‘아름다움’‘색동옷’ 등의 뜻이다. 그리고 한국인을 ‘사둔’이라고 부른다. 한국에서 사돈은 결혼으로 맺어진 관계이지만 몽골에서 사둔은 ‘일가친척’이라는 뜻이므로 한국인을 가까운 친척으로 여기고 있는 것이다.

민속학적으로도 유사성이 많다. 한국 속담에 “아침에 까치가 울면 반가운 손님이 온다”고 한다. 몽골어로 까치는 ‘차이스가이’인데 “까치가 울면 정다운 손님이 온다”는 똑같은 속담이 몽골에도 있다.

몽골인들이 길을 가다가 두갈래 길이 나오면 손바닥에 침을 뱉고 손가락을 쳐서 침이 튀는 방향으로 가는 습속도 우리와 비슷하다. 제기차기 공기놀이 실뜨기 씨름 활쏘기 등 민속놀이도 같다.

이러한 두 민족의 역사적 공통점을 인식하고 몽골인의 역사적 힘과 한국인의 지혜가 합쳐지면 양국의 미래는 밝을 것이며 동북아시아의 번영을 위해 좋은 일이다.

양국 관계를 경제논리나 미시적으로만 보지 말고 역사 문화의 관점과 거시적인 관점으로 접근하면 30일 김대중(金大中)대통령의 몽골 국빈방문은 그 의미가 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