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계에 ‘젊은 피’들이 모여들고 있다. 영화 전공자가 아닌 명문대 졸업생들이 맨손으로 영화사의 문을 두드리고 있고 장기계획을 세워 외국으로 영화공부를 하러 떠나는 유학파도 상당수다. 직업인으로서 영화에 몸을 담는 일이 그리 쉬운 것 같지 않아 보여도 어릴 적부터 영상매체에 익숙한 세대인지라 영화의 길을 선택하는 데 별 주저함이 없다. 이들에게 영화계는 영상산업의 무한한 가능성으로 보아 ‘약속의 땅’일지도 모른다.
▽엊그제 폐막된 제52회 칸 국제영화제에서 심사위원대상(단편경쟁 부문)을 수상한 송일곤(宋一坤)씨는 폴란드 우츠국립영화학교에 재학중인 28세의 유학생이다. 이번 낭보에 대해 한국영화 최초의 칸 영화제 수상이라는 점보다는 겁없는 신인이 단숨에 최고 권위의 상을 차지한 데 더 큰 의미를 두고 싶다. 아직 ‘감독’이라는 명칭을 붙이기가 망설여질 정도로 신세대인 그는 우리 영화계의 ‘젊은 피’를 실감케 하는 유망주임에 틀림없다.
▽칸 영화제의 역대 수상기록을 보면 한국은 다른 아시아국가에 비해 뒤진 느낌이다. 일본은 구로사와 아키라 감독의 ‘카게무샤’ 등 세 작품이 대상인 황금종려상을 수상한 바 있다. 중국도 93년 첸카이거 감독이 ‘패왕별희’로 역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이번에 송일곤씨가 수상한 단편경쟁 부문은 짧은 실험영화만 참가하는 분야로 우리는 이제 막 첫 걸음을 내디딘 단계다.
▽그럼에도 한국 영화의 잠재 능력은 높이 인정할 만하다. 이번 영화제에서 단편경쟁 부문 참가작 10편가운데3편이우리 신인감독의 작품이었기 때문이다. 송씨의 수상작 ‘소풍’은 IMF체제 이후 한 실직가장의 동반자살사건을다룬작품으로작가정신도 투철해 보인다. 신인들의 도전정신이 꽃피울 수 있도록 국내 영상산업의 인프라 구축에 적극 나서는 것이 기성세대에 맡겨진 임무가 아닐까.
〈홍찬식 논설위원〉chansi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