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와 남. 의학계는 여성을 ‘작은 남성’으로 여겨왔다.
최근 들어 의학계 일부에선 생식기는 물론 간 뇌 골격 등도 성별에 따라 본질적인 차이가 있다고 강조한다. 한편에선 ‘남녀의 차별성’을 인정하는 ‘성별에 따른 맞춤 의약품(Gender―Specific Medicine)’에 대한 연구도 활발하다.
뉴욕타임스는 얼마전 ‘성(性)의 고유함, 여성은 왜 남성일 수 없나’ 기사를 통해 남녀의 신체기관이 어떤 차이를 보이는지를 미국의 TV인기만화 ‘심슨 가족’의 등장인물인 호머(남편) 마지(아내) 바트(아들) 리사(딸)를 내세워 분석했다.
▼간▼
호머는 마지보다 맥주를 잘 소화하며 술을 마신 다음 날에도 숙취에 덜 시달린다. 호머가 아내보다 알코올 분해효소를 더 많이 만들어내기 때문.
성균관대의대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박용우교수는 “남성의 경우 20년 동안 매일 알코올 80g(소주 2홉)을 먹을 때 간경화에 걸릴 확률이 50%지만 여성은 10년만 먹어도 같은 결과를 얻는다”고 설명한다.
▼골격 체계와 림프체계 ▼
마지는 넘어져 뼈가 부러질 가능성이 남편보다 높다. 호머는 나이가 들어도 남성호르몬 ‘테스토스테론’이 계속 분비되지만 마지의 경우 여성호르몬 ‘에스트로겐’은 폐경과 동시에 멈추기 때문. 이들 호르몬은 뼈를 ‘젊게’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따라서 마지가 호머만큼 ‘튼튼한’ 뼈를 가지려면 △칼슘을 충분히 섭취하는 등 균형잡힌 식사를 하고 △걷기 수영 등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며 △칼슘흡수를 방해하는 흡연 커피 술을 줄여야 한다.
특히 마지는 남편보다 류마티스관절염이나 루프스 등 자가면역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므로 주의. 울산대의대 서울중앙병원 알레르기류마티스내과 유빈교수는 “가임기 여성에게 류마티스관절염이나 루프스 등이 압도적으로 많은 것은 에스트로겐 분비 때문으로 추정된다”고 설명.
▼혈액순환계 ▼
마지는 40대까지는 아들 바트의 허튼소리에도 남편에 비해 쉽게 혈압이 오르지 않고 심근경색이나 협심증에 걸릴 위험도 적다. 여성호르몬이 혈관에 나쁜 콜레스테롤이나 찌꺼기가 쌓이지 않도록 돕기 때문. 그러나 딸 리사가 대학을 졸업할 무렵이면 남편만큼 심장질환에 걸릴 위험이 높아진다. 운동을 꾸준히 하고 음식도 살이찌지 않는 것으로 먹어야 한다.
▼위(胃)와 체중조절 ▼
여성에 비해 위장이 큰 호머는 대식가(大食家). 그러나 체중조절은 아내보다 유리하다. 정상 체중의 경우 남성은 체중에서 지방이 차지하는 비율이 12∼18%지만 여성은 18∼25%. 일반적으로 남성은 근육의 비중이 커 같은 운동을 해도 에너지를 많이 소비한다. 마지는 후식을 포기하는 것은 물론 운동도 해야 체중조절에 성공할 수 있다.
▼뇌 ▼
마지는 음악을 들으면서도 음식을 태우지 않고 요리할 수 있다. 그러나 호머는 운전하면서 노래를 부르다가는 전봇대를 들이받기 십상. 고려대의대 안산병원 신경과장 박민규교수는 “여성은 좌우뇌를 연결하는 신경뭉치가 남성보다 굵어 좌우뇌간 정보교류가 활발해 동시에 여러 일을 잘 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
또 여성은 자녀를 키우는 과정에서 언어 능력을 담당하는 좌뇌가 발달해 뇌졸중으로 좌뇌를 다치더라도 남성보다 언어 능력의 손실이 적고 회복도 빠르다.
〈이나연기자〉larosa@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