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년 미국의 반대로 유엔 사무총장 연임에 실패했던 이집트인 부트로스 부트로스 갈리가 매들린 올브라이트 미국 국무장관을 향해 독설을 퍼부었다. 갈리 전 사무총장은 24일 미 뉴욕타임스지에 소개된 저서 ‘극복되지 않은 것:미국―유엔의 사화(史話)’에서 자신이 유엔 사무총장으로 재직할 때 유엔주재 미국대사로 근무했던 올브라이트 장관을 “외교력이 부족한데 운이 좋아 오늘에 이르렀을 뿐”이라고 혹평했다.
갈리는 자신의 연임 실패와 관련해 “그가 겉으로는 온화한 미소를 짓고 나를 칭찬하면서도 뒤에서는 나의 권위를 파괴하고 이미지를 먹칠하기 위해 가능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고 비난했다. 그는 “올브라이트의 행태는 ‘외교와 사기는 동전의 양면’이라는 한 힌두학자의 말을 연상케 했다”라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았다.
갈리는 “올브라이트가 상대방을 설득해야 하는 어려운 외교적 과업 대신 명령조로 연설하거나 단순히 참모들이 써준 원고를 읽어내리는 데 익숙한 인물”이라는 평까지 곁들였다.
이에 대해 미 국무부의 제임스 루빈 대변인은 “갈리의 몰락을 재촉한 것은 유엔사무총장으로서 임무를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기 때문”이라면서 “올브라이트 장관은 미국을 위해서나 유엔을 위해서나 최선의 적임자”라고 옹호했다.
〈워싱턴〓홍은택특파원〉euntac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