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모르겠지.』 “어떻게 해서든지 일을 따내!” “그 서류 없애버려!”
세계적인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은 이런 말을 들을 때면 ‘윤리적으로 문제있는 행위가 아닌가’라고 자문해 볼 것을 직원들에게 권고한다.
미 반도체업체 텍사스 인스트루먼트(TI)는 “당신이 하는 일이 신문에 나면 어떤 결과가 나타나겠는가”라는 윤리성 판단기준을 강조한다.
펩시콜라 본사는 △사원이나 그 가족이 회사 거래업체의 직책을 맡고 있거나 주식을 가지고 있을 경우 △관련업체로부터 25달러 이상의 돈이나 혜택을 받았을 경우 △지난 2년동안 관련업체와 채권 채무관계가 있었을 경우 직속상사와 상의하도록 서약을 받는다.
국내에서는 삼성그룹이 윤리성 저촉여부를 △법에 위배되지 않는가 △양심의 가책을 받지 않는가 등으로 판단하라고 강조하는 등 재벌그룹마다 윤리강령을 제정해놓고 있다.
대기업들이 윤리문제에 지대한 관심을 쏟는 이유는 간단하다. 제품 및 서비스의 ‘품질’만을 파는 시대가 지나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종영(李種永)한국산업경제개발원 이사장은 25일 서울 여의도 전경련회관에서 전국경제인연합회 주최로 열린 ‘기업윤리라운드 대응세미나’에서 2000년대는 기업들이 품질과 함께 ‘윤리를 팔아야’ 살아남는 시대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등에서 국제적 기업 윤리강령을 채택하려는 움직임이 가시화하는 등 윤리문제를 정면으로 다룰 필요가 커지고 있다는 지적.
이이사장은 윤리경영 도입의 전제조건으로 △최고경영자의 확신과 △명확하고도 구체적인 윤리강령 행동준칙의 제정이 필요하다고 제시했다. 낮은 윤리수준이 회사에 장기적으로 손실을 입힌다는 사실을 경영자가 가장 먼저 명심해야 한다는 것.
재벌들의 윤리경영 바람에 맞춰 전경련도 올해 초 윤리위원회(위원장 신현확·申鉉碻전국무총리)를 활성화시켜 비윤리기업 및 경영인을 징계하겠다고 발표했다.
〈박래정기자〉eco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