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리가 튼튼하니 만사가 잘 풀리네.』
98프랑스월드컵을 통해 드러난 현대축구의 가장 큰 특징은 기동력과 허리싸움. 특히 각팀의 중원 장악력은 승패와 직결되는 관건이다. 한국 올림픽 대표팀이 25일 스리랑카를 5대0으로 대파한 원동력도 바로 허리를 강화한 새 전술과 이를 소화해 낼 수 있는 미드필드진의 기량.
허정무 대표팀감독이 출범때부터 채택, 이제 정상궤도에 오른 3―4―3 시스템은 공수간의 거리가 크게 좁혀진 ‘토털 사커’. 3―5―2 시스템을 채용한 과거 대표팀에서는 보기 어려웠던 유기적인 공격과 압박축구가 새 시스템의 장점이다. 특히 각 포지션에서 제 몫을 해낸 선수들의 기량은 새 시스템 성공의 충분조건이었다. 이중 확실한 좌우윙백으로 자리를 굳힌 박진섭과 이영표는 가장 돋보이는 선수.
지능 플레이가 돋보이는 오른쪽 윙백 박진섭은 이미 거론의 여지가 없는 주전. 반면 이영표는 뒤늦게 급부상한 신예 스타다. 2월말 연습생으로 대표팀에 합류한 그는 광양과 울산 전지훈련 기간중 두각을 나타내기 시작, 이날 경기에서 강한 체력을 바탕으로 1골1도움을 기록해 진가를 100% 인정받았다.
미드필더 김남일도 대기만성형 선수. 지난해말 대표팀에 선발된 그는 이후 몸싸움에서 밀리는데다 소극적이라는 평을 받으며 주춤했다. 그러나 착실한 몸관리로 전지훈련 기간 5차례의 연습경기에서 2골3도움을 기록했고 이날 경기에서도 선취골을 낚아내는 등 김도균과 함께 중원 장악의 일등 공신이 됐다.
그러나 아직 이들은 미완의 대기. 상대가 워낙에 약체였는데다 경험 부족으로 인한 경기 템포 조절 능력 부족 등은 이들이 여전히 보완해야 할 과제로 남아있다.
〈배극인기자〉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