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세상이 잘 채워지지 않는다는 걸
단추를 채우는 일이
단추만의 일이 아니라는 걸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잘못 채운 첫 단추, 첫 연애 첫 결혼 첫 실패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 밤
잘못 채운 단추가
잘못을 깨운다
그래, 그래 산다는 건
옷에 매달린 단추의 구멍찾기 같은 것이야
단추를 채워보니 알겠다
단추도 잘못 채워지기 쉽다는 걸
옷 한벌 입기도 힘들다는 걸
―시집‘오래된 골목’(창작과 비평사)에서
천양희(시인)
지금도 누군가에게 잘못을 저지르고 있겠지만, 그래서 할 수 없는 인간밖에 더는 못되겠지만, 이제는 죄가 깊어 쐐기풀 옷으로도 구제받지 못할 정도라 할지라도… ‘누구에겐가 잘못하고 절하는밤…’ 이 한 구절 앞에 마음을 비벼본다. 무릎을 꿇어본다.신 경 숙(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