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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협 4개월 고통현장]발 묶인 어민 「눈물의 바다」

입력 | 1999-05-26 19:47:00


한일어업협정이 발효(1월22일)된지 4개월이 지나면서 어민들의 고통이 현실로 나타나고 있다. 어민들의 일본수역 조업포기가 잇따르고 있고 연안에선 우리 어선들끼리의 ‘충돌’이 잦아졌다. 이대로 가면 머지않아 연안의 ‘고기씨’가 말라버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그물제조 생선가공 수리조선업체 등도 잇따라 문을 닫고 있다.

▽조업환경〓일본의 배타적 경제수역에 들어가 조업할 수 있는 우리나라 어선수가 크게 제한된데다 입어조건마저 까다로워 어선들이 연안에 몰리고 있다.

26일 수산업계와 어민단체 등에 따르면 우리나라 연안의 주어장인 제주도 거제도 울릉도 흑산도 해역의 경우 어선간 거리가 종전 6∼8㎞에서 최근에는 2㎞ 정도로 좁혀졌다. 1척이 조업하던 해역에 요즘은 3∼5척이 몰려 ‘제살뜯기’를 하고 있다는 것. 유자망과 통발은 그물 길이가 30㎞나 돼 충돌이 잦을 수 밖에없다. 이미 설치해둔 어구위에 다시 어구를 설치하기 일쑤다.

▽어자원 고갈〓바닥을 훑는 저인망(쌍끌이 외끌이 트롤)어선들의 연안조업이 늘어나면서 어자원 보호대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특히 제주 북제주군 추자도와 차귀도 부근 해상의 경우 최근 수백척의 저인망 어선들이 닥치는대로 고기를 잡아 어장을 황폐화시키고 있다. 이들 어선은 30㎜ 이하의 그물코를 사용해서는 안된다는 규정도 지키지 않고 있다.

그러나 이같은 불법조업은 대부분 새벽에 이뤄지기 때문에 단속도 어려운 실정이다.

▽어민 고통〓활오징어채낚기는 요즘이 성어기(3∼6월)지만 일본수역 조업이 어려워지면서 부산 경남지역 어선 2백여척이 조업을 포기한 상태다.

예년 같으면 일본 대마도 수역 등에서 명태 가자미잡이가 한창일 대형기선저인망수협 소속 트롤(84척)과 외끌이(1백20척)도 대부분 출어를 포기했다. 외끌이 12척만 연안에서 조업을 하고 있을 뿐 나머지 어선은 부산남항과 자갈치시장 부두에 묶여 있다.

이같은 사태를 반영하듯 4월 한달간 일본수역 입어신청 건수는 통발 6회, 중형기선저인망 17회, 트롤 3회, 대형기선저인망 10회에 불과하다.

이 여파로 최근 수산물 수입이 급증했다. 국립수산물검사소 부산지소에 따르면 지난해 1∼4월에는 3만4천t에 불과하던 수입수산물이 올해 같은 기간에는 11만6천t으로 70% 이상 늘었다.

〈부산·포항·통영·제주〓이혜만·강정훈·임재영·조용휘기자〉silen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