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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창순 대인관계 클리닉]나이맞게 친밀감 표현하라

입력 | 1999-05-27 11:31:00


▼문 ▼

결혼을 앞둔 예비신부입니다. 시댁을 방문할 때마다 남자친구가 어머니 속옷 사이로 손을 넣고 등을 만진다든가 다리를 문지르는 것을 자주 보게 됩니다. “다 큰 사람이 왜 그러느냐, 보기에 안 좋으니 그러지 말라”고 몇 번씩 이야기하고 화도 냈지만 소용이 없습니다. “27년간 버릇이 되어 그러는 것뿐이다.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해놓고는 다시 내 앞에서 어머니를 만지곤 합니다. 이제는 오히려 “어머니를 질투하는 것 아니냐”며 화를 냅니다. 제가 속 좁은 여자일까요?

(인천에서 한 미혼여성)

▼답 ▼

부모 자식간에 친밀감을 표현하는 것은 좋지만 이런 사례는 분명히 지나칩니다. 신랑될 사람에게 물어보세요. “입장을 바꾸어 내가 아버지 다리를 만지거나 옷 사이로 손을 넣고 몸을 만진다면 당신은 어떤 느낌이겠는가?”

사람이 나이가 들면 대인관계에서도 집중과 친밀감의 표현에서 우선 순위가 달라지는 것이 당연합니다. 그래야 성숙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이 우선순위가 뒤죽박죽 얽혀 대인관계에 여러가지 문제를 초래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신랑될 사람에게 단호하고 부드럽게 이렇게 말하세요.

“당신과 어머니 사이가 좋은 것은 참 보기 좋다. 그러나 이제 당신 역할의 우선 순위는 아들이 아니라 남편으로 바뀌어야 한다. 그것은 곧 신체적 친밀감을 표현하는 상대도 어머니가 아니라 아내여야 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어머니에 대한 친밀감의 표현은 어떻게 하는 게 좋은지 같이 생각해보자.”

결혼생활은 부모로부터 독립하는 것으로 시작합니다. ‘새 술은 새 부대에’라는 말처럼 이제 새로운 한 가정의 남편과 아내가 됨으로써 부모의 영향권에서 벗어나 새롭게 둘만의 생활을 시작하는 것입니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 전문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