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이 얼마까지 갈 것인가?』
『지금 주식을 사도 늦지 않는가?』
『어떤 종목을 사야 하는가?』
이런 질문을 받을 때마다 나는 항상 『시장이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대답한다.
시장이 2,000포인트로 갈지 아니면 다시 주저앉을지 누가 알 수 있겠는가. 어느 누구의 확신도 거부하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일년 전의 주가예측과 IMF 이후 폭락기의 대응을 보면 일반적인 주식시장 전망이라는 것이 어떤지 알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확실한 진리는 주식은 항상 움직인다는 것뿐이다.
나는 주식에 관한 한 누구에게도 지기 싫지만 주식시장의 움직임에 100% 정확하게 대응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항상 바닥에서 사고 상투에서 팔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실수를 연발하게 만드는 곳이 주식시장이다.
그동안 시장을 잘못 판단한 적도 많았다. 97년 이후 주가하락기에는 손실을 감수하고 주식을 매도했던 아픈 기억도 있다. 그러나 항상 시장에 대해 겸손했고 잘못을 인정했다. 그동안 많은 어려움을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처럼 시장에 순응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자산 운용에서 가장 중요한 덕목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신뢰」라고 말하고 싶다. 고객이 직접투자 대신에 자산운용사에 돈을 맡기는 이유는 『전문적인 능력을 갖춘 집단이니까 나보다 낫겠지』 하는 신뢰가 있기 때문이다.
물론 수익률이 가장 중요한 것이지만 수익을 내기까지는 시간이 걸리고 그 과정에 수많은 우여곡절이 있기 마련이다. 시장 상황에 따라 한동안 수익이 저조한 국면도 있을 수 있다.
IMF 사태 이후 많은 금융기관이 투자자로부터 외면당했던 이유는 고수익을 제시하지 못해서가 아니라 『믿고 맡길 수 있겠다』는 신뢰를 잃었기 때문이다. 나는 이 평범한 진리를 잊지않으려고 애쓴다.
투자자들의 신뢰만큼 중요한 재산은 없고 산업자본으로부터 독립된 운용사만이 투자자들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삼는 자율적 운용을 할 수 있다고 믿는다. 뮤추얼펀드를 도입하면서 투자자의 이익을 최우선으로 고려하는 운용 서비스를 경영목표로 삼았다. 운용사는 투자자의 이익과 자산의 안전한 관리로 투자자의 신뢰를 획득해야 한다는 내용을 자산운용 규정에 분명히 밝혔다.
생각해 보면 투자자들은 참으로 소중한 돈을 운용사에 맡긴다. 아침 일찍부터 밤 늦게까지 땀 흘려 번 돈을 운용사를 신뢰하기에 맡기고 있는 것이다. 이런 돈을 어떻게 함부로 움직일 수 있겠는가? 투자자들에게 약속한 투자목적을 지키고 눈앞의 수익보다는 이면에 도사린 위험을 먼저 생각하며 자산을 운용해야 한다고 수없이 다짐해본다.
자화자찬처럼 들릴지도 모르겠지만 시장이 조정을 받은 요즘 다행히 회사 펀드들의 수익률이 크게 하락하지 않고 있다. 좀더 열심히 하라는 뜻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최근 저금리 기조와 주식시장의 활황으로 간접투자 시장에 참여하는 투자자의 폭도 넓어지면서 우리 회사의 주식관련 위탁자산이 어느새 1조원을 넘었다. 우리 회사의 이름을 신뢰하고 소중한 돈을 맡겨 주신 투자자들이 고맙고 한편으로는 『어깨가 무겁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투자자의 이익만을 생각하는 독립성을 유지하는 전문운용사로 기억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만이 이런 신뢰에 보답하는 길이리라.
박현주〈미래에셋 자산운용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