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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즈업]26일 사망 스위스 로슈社총수 파울 자커

입력 | 1999-05-27 19:25:00


억만장자로 유럽의 예술계를 후원해온 스위스의 세계적인 제약회사 로슈사 총수 파울 자커가 93세를 일기로 26일 숨졌다.

1906년 스위스 바젤에서 화물운송업자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로슈가문의 상속자로 과부가 된 호프만 스텔린과 28세때 결혼, 96년까지 로슈사의 경영을 맡아왔다.

조각가였던 부인은 피카소 브라크 클레 샤갈 등의 전람회를 후원하면서 작품을 수집했다.

AP와 영국의 더 타임스 등 외신들은 자커가 부인의 사후 미술 후원사업을 이어받아 96년 바젤에 미술관을 건립하고 교향악단 예술학교 박물관 등을 만들어 예술계를 적극 후원해왔다고 보도했다.

미국 경제지 포브스가 세계 3위의 갑부로 꼽았던 자커의 재산은 2백억달러(약 24조원)로 추산된다.

음악에 타고난 재능이 있던 그는 여섯살 무렵 바이올린을 켜기 시작했다. 학창시절 실내악단에서 펠릭스 와인가트너 등과 함께 활동했던 그는 로슈가와 인연을 맺기 전인 20세때에 바젤 실내악단을 창립했다.

이후 심포니 지휘자로 파리 베를린 등 유럽 전역을 돌며 교향악단을 지휘하기도 했다.

결혼을 통해 부를 얻은 그는 예술계 후원에 더욱 힘썼다. 그가 후원한 음악가는 벤저민 브리튼, 이고리 스트라빈스키, 벨라 바르토크, 리처드 스트라우스 등 20세기 유럽 클래식 음악사에 획을 그은 인물들이다. 자커는 또 취리히 음악대학을 만들었으며 73년 파울 자커 재단을 설립, 작곡가들의 악보와 편지를 수집해왔다.

〈권기태기자〉kk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