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교생 흡연율이 세계 최고를 기록할 정도로 청소년 흡연이 사회문제가 되고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학생 흡연에 대해 속수무책이거나 사실상 방치하고 있는 상태다.
올해초 YMCA에서 실시한 고교생 흡연율 조사에 따르면 남학생은 절반 이상이, 여학생은 4명 가운데 1명 이상이 담배를 피우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그러나 상당수의 학교들이 학생 흡연문제에 대해 묵인하거나 방치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또 흡연 학생에 대한 교육이나 처벌도 학생과 학부모의 반발로 종전처럼 엄하게 하지 못하고 있다.
서울 강남 K고교는 학교내 쓰레기장 근처에 비공식적인 ‘흡연구역’을 만들었다. 강남의 아파트단지 내에 위치한 이 학교는 등하교시 학교주변 아파트 계단 등에 숨어서 담배를 피우는 학생들 때문에 주민들의 항의가 빗발치자 교내 구석진 곳에 흡연공간을 마련해놓은 것.
서울 광진구 K고 교사 최모씨(48)는 “교내에서 학생의 흡연을 목격하고도 그냥 지나치는 교사가 많다”고 말했다.
흡연 학생들의 범위도 크게 넓어져 예전에는 문제학생들이 흡연을 주로 했지만 최근에는 모범생들도 담배를 피우는 경우가 많다고 교사들은 말했다.
학교주변의 환경도 흡연 학생들에 대한 지도를 어렵게 하고 있다.
고교 2학년인 Y군(16)은 “PC게임방이나 노래방에 가면 교복을 입고 있어도 쉽게 담배를 내준다”고 말했다.
더구나 흡연의 위험성을 알리는 교육과 금연지도를 위한 프로그램은 초보적인 수준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일선 중고교에서의 금연교육은 한 해 한두 차례 비디오테이프를 보여주는 정도이며 그나마 일반인을 대상으로 제작된 철 지난 TV프로그램을 녹화해 보여주는 것이 전부인 실정이다.
YMCA 청소년약물상담실 장지현(張芝顯)실장은 “이제 학생흡연은 교사와 학교에만 맡겨 두기에는 너무 심각한 지경에 이르렀다”면서 “사회가 청소년흡연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박윤철기자〉yc9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