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전의 첫 단계는 총쏘기를 멈추는 것입니다.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위해 전세계적으로 2000년 한 해 동안만이라도 사형 집행을 멈추기를 기원합니다.”(영화 ‘데드 맨 워킹’의 실제 주인공인 헬렌 프레잔 수녀)
2000년 대희년(大禧年)을 앞두고 천주교의 사형폐지운동이 본격화되고 있다. 사형제도의 완전한 폐지를 위해 2000년 한 해만이라도 사형집행을 유예하자는 운동을 전세계적으로 펼치고 있는 것.
로마에 있는 ‘성 에지디오 운동본부’를 중심으로 전세계적인 사형제도 폐지 서명운동이 벌어지고 있다. 국내에서도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위원장 박석희주교)와 공동선협의회(회장 김영배의원)는 지난 3월6일부터 1백만명 서명운동에 들어가 현재 2만8천명의 서명을 받았다.
천주교 정의평화위원회는 31일 서울 군자동 한국천주교중앙협의회에서 ‘인간존엄성과 사형제도 폐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가질 예정이다. 이 세미나에는 ‘사형수의 아버지’ 박삼중스님(부산 자비사)과 문장식목사(기독교인권위원회 부위원장) 등 범종교계 인사들이 토론자로 참가한다.
이에 앞서 국제연합(UN)인권위원회는 지난 4월28일 사형제도를 폐지하거나 이미 선고된 사형의 집행을 2000년 한 해 동안 유예하자는 내용의 결의안을 통과시켰다. 이 결의안이 올 가을 유엔 총회에서 통과될지 그 귀추가 주목된다.
천주교는 ‘사법살인’을 안락사 낙태 등과 함께 생명의 존엄성을 훼손하는 ‘죽음의 문화’라고 규정한다. 또 재판 자체에 오류가 있을 수 있는데다 범죄예방 차원에서도 현실적이지 못하다면서 반대한다.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도 최근 ‘생명의 복음’이란 회칙에서 인간은 자신의 존엄성에 합당하게 살 권리를 갖고 있으며 이 생명의 주인은 오직 하느님이므로 인간과 국가가 이를 마음대로 할 수 없다고 천명했다.
〈전승훈기자〉raph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