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아그룹 최순영(崔淳永)회장의 부인 이형자(李馨子)씨의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 부인에 대한 옷 로비 의혹사건의 열쇠를 쥔 라스포사 여사장 정일순(鄭一順·55)씨는 알려진 것과는 달리 국내에서 잠적한 것으로 밝혀졌다.
법무부 양재택(梁在澤)공보관은 27일 “출입국관리사무소 기록을 확인한 결과 정씨는 출국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정씨는 이씨가 로비의혹사건을 폭로하자 “사실무근”이라고 부인한 뒤 자취를 감췄는데 정씨의 남편 정환상(鄭煥常)씨는 25일 “아내가 머리를 식힐 겸 24일 일본으로 출국했다”고 말했으나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나 잠적 배경등을 놓고 의혹을 사고 있다.
이형자씨는 지난해 12월 정씨가 자신에게 전화를 걸어 “내일 아침 검찰총장 부인이 오시는데 큰 밍크, 작은 밍크, 망토, 외제물건 좋은 것 몇개를 보여주겠다”면서 옷값을 대신 내줄 것을 은근히 요청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정씨는 1월10일경 경찰청 조사과(사직동팀)에서 이씨와의 대질신문에서 그런 전화를 한 적이 없다고 주장했다고 이씨는 말했다.
이와 관련해 양공보관은 “김장관 부인이 승용차 트렁크에 자신이 사지 않은 ‘털로 만든 반코트’가 실려 있어 되돌려주려 했으나 정사장이 ‘맘에 드시니까 사십시오’라고 말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한편 이형자씨는 2월 최회장이 구속되기 직전에 김장관(당시 검찰총장)의 부인에게 고급옷을 제공하게 된 경위를 신문광고를 통해 폭로하려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그룹 관계자에 따르면 이씨는 2월11일 서울지검이 최회장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자 대검에 “강인덕(康仁德)통일부장관의 부인이 분명히 검찰총장 부인에게 옷을 사주라고 했다”며 “신문광고를 통해 억울함을 호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는 것. 이씨는 일간지 광고를 통해 ‘장관과 검찰총장 부인에게 로비를 잘못해 남편이 구속됐다’는 내용을 담으려 한 것으로 알려졌다.
신동아그룹 관계자는 “당시 검찰이 이씨측에 ‘김총장 부인은 옷을 사달라고 요구하지도 않았으며 허위사실을 광고할 경우 강력하게 대응하겠다’고 경고해 신문광고를 포기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서울지검 관계자는 “모르는 일”이라고 말했다.
〈정위용·김승련기자〉viyonz@donga.com